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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레시피 ㅣ 지하철 시집 3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름있는 산은 웅장하고 자연의 존엄함을 느끼게 하지만 인가에 접한 동산은 소박한대로 부담없고 친숙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을 준다.
하루를 시작하고 고단하게 퇴근하는 부산한 지하철역에서 단시간에 긴장을 풀어 줄 방법으로 시를 보여줄 생각을 했다니 어떤이의 안건인지는 몰라도 머리와 가슴이 제대로 살아있는 사람이다.
요즘같이 바쁜세상에 지쳐 힘들어있는 상태에서 누가 시를 읽고 있겠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무심히 광고를 보다 광고문구를 머리에 새기 듯 간결한 시의 몇줄이 어느새 그 시에 빠지게 한다.
시 자체가 1페이지를 넘기지않아 부담없이 그저 일갈만으로 어느새 눈을 고정시키게하는 흡입력이 눈길을 끈다.
의미심장한 은유와 함축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을 요하지 않고 편안하게 눈으로 보는대로 가슴을 뛰게 한다.
난해한 부분없이 그저 저녁식사 때 대화를 하듯 솔직담백한 분위기가 만연하고 한 작가의 작품집이 아닌 다양한 위치와 나이의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들이 한겨울인 지금 전골냄비에 모여서 소탈하게 숟가락 담가먹는 따스함이 베어있다.
시인의 시가 아니면 특별할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는지 서울에 있던 시절 지하철역의 시들을 무심히 지나치곤 했었던게 후회되었을 정도로 짧고 원석같은 그 시들이 어찌나 방글방글 우리의 일상, 우리의 행복을 잘도 함축해 놓았는지 모른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구나,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가, 이 좋은 사람들 틈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들이 퐁퐁 샘솟게 하는 시들이 가득해 종이지만 사람의 숨결이 느껴진다.
박진감넘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화원의 반짝이고 맵시좋은 관엽수라기보단 우리집 베란다에서 엄마의 관심을 먹고 맘대로 크는 종류도 다양한 식물들 같다.
왠지 나도 그 안에 끼어서 흠뻑 물을 받아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아 주말 아침에 창으로 비춰지는 식물들이 더 친숙히 느껴진다.
시인들의 시집을 읽을 때는 큰감동과 깨달음을 느꼈는데 <행복의 레시피>를 통해서는 다듬어지지않은 그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난다. 친숙함에 화답으로 나도 시를 한수 지어야 할 것만같은 느낌.
그러나 막상 지어보면 그 조악함에 역시 아무나 짓는 것은 아니구나 민망한 생각만 든다.
그래도 왠지 앞으로 종종 나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을 불어넣게했다.
나도 그들처럼 가슴 속에 가득한 목소리들을 함축하여 순환시키고 싶은 것이다.
안그래도 얇은 정보지 하나도 시력이 나빠 잘 읽기 힘들어하는 엄마이지만 <행복의 레시피>는 간결함고 집중을 요하는 피곤함이 없어 그런지 오래도록 읽어도 피곤해하지 않으시더라.
요즘들어 시력이 많이 나빠져 속상했는데 아직 책을 통해 감수성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 속의 엄마를 보니 왠지 엄마라기 보다는 꼭 안아주고싶은 소녀처럼 느껴진다.
마음은 아직도 그렇게나 여리고 소녀같은데 어째서 시집한권 읽을 시간을 주지 못한 것일까.
앞으로 그 시간을 자주 만들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