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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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11년 마지막에 빛을 내며 출판 된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워낙 유명하지만 그동안 읽어보지 못 하다가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늘 사춘기를 겪듯이 주기적으로 불안의 강약을 경험하는 나에게 새해를 맞아 마음을 정비하게 하고 싶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살아가면서 불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그 불안은 한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는 동안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의 명과 운명을 함께한다.

사춘기 때의 살떨릴 정도의 불안은 이제 지나갔지만 더이상 불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불안한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닌 모두'라는 것을 알았기에 덜 불안한 정도로 살고 있다.

끊임없이 내적자문을 통해 불안을 인지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사색하고 해법을 찾아나갔지만 찾았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불안의 샘이 터져 불안정하다.

대체 왜 그렇게 사람들은 환경, 나이,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불안한 심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의문이 든다.

 

남들보다 예민한 편이라 그렇다는 말로 설명하고 넘어가기엔 내 스스로에게 무성의하니 <불안>을 통해 살펴보고 싶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통해 새로운 학설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잠재적인 의식을 다뤄 읽기 전에는 고리타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오랫동안 답답하고 꿉꿉한 곳을 긁어주는 영감같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누군가 내 머릿속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훑어보고 있다면 그 또한 불안할텐데 <불안>을 읽어가면서 혼자 답답하던 가치관과 사상에 동조를 받는 듯 해 다음엔 어떤 말을 해 줄지 좀 더 좀 더 기대하게했다.

도서명인 <불안>과는 다르게 마음에 공감과 위로를 주어 독서를 통해 안정을 느끼게 하다니 이건 좀 아이러니.

그간의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이 한꺼번에 정리되면서 제 자리의 서랍을 찾아 착착 들어갔다는 생각에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나의 개성과 독창성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그렇지 않다는 허탈함도 있었다.하하;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크게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들어 원인을 찾고 여기에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그 원인을 보자면 전체적으로 '진정한 나'를 위해 살기 보다는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당연히 맞지않는 틀에 자신을 끼워맞추느라 급급한 우리를 보여준다.

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맞지않는 그 틀에 맞추느라 고군분투하는데 언제나 과하거나 덜한 정도의 차이가 끊임없는 불안을 유발하고 사회적 부작용을 낳게 된다.

그렇게 사는게 틀렸다는게 아니라 우리를 괴롭힐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 없는 행동에 연민이 생긴다.

완전히 떨칠 수는 없을지라도 <불안>의 해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나를 재정비하여 안정을 주려 한다.

 

가끔 고전을 볼 때 큰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선 식상함을 느끼게하는 작품도 적지않지만 가려운 곳을 적절히 긁어줄 줄 아는 신퉁방퉁한 작품을 만나면 현대의 모든 지적활동의 깊이가 무색해질 때가 있다.

알랭 드 보통 역시 무언가 획기적인 발표를 위함보다 사색을 통해 주제에 순수하게 접했기에 그 의도가 온전히 전해지고 있다.

<불안>은 시공간적 제약없이 큰 공감을 주는 책이기에 미래에도 영향력있는 고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불안은 내가 살아있는 증명이라고 생각하기에 없애버리려는 생각은 해 본적도 없고 나의 예술적 본능을 위한 양식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증폭되면 예술적 본능이고 뭐고 나의 뿌리가 흔들리기에 끊임없는 주의가 필요했던 것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형식으로 불안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불안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환기하고 조심하면 크게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지않아도 쾌적한 정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을 인지하는 유무와는 상관없이 내면의 깊이를 위한 사색을 원하는 독자라면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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