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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을…
소재원 지음 / 책마루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입장이 되었을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 인가 보다.
아무리 머리로 부모의 심정을 가늠해보려해도 자식의 입장에서는 그 깊이에 다다를 수가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 <아버지 당신을...>.
읽는 내내 수채화를 보듯 다채롭고 선명하지만 러프한 붓터치가 보여질 정도로 눈 앞이 흐릿하고 귀가 먹먹해졌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이지만 한번도 그 부모보다 앞서서 생각할 수 있는 진심이 부족한가보다.
서수철과 서민수의 미묘한 시간차 여행은 서수철이 서두르지도 않고 서민수가 늑장을 부린 것도 아닌데 늘 서수철이 한발 먼저 다녀간다.
부모님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더 젊은 몸으로도 한발 늦는 것이 늘상 자식생각만으로 추억의 동선이 언제나 생생한 노인의 발걸음을 따라잡기란 역부족이었나보다.
부모님을 이해하려면 결국 그 입장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고 그 입장이 된다해도 부모가 보여준 나에 대한 애정 그 자체를 헤아릴 수 없이 깊다는 막막함에 죄송스러워진다.
어머니산소에서 할 일이 없던 서민수를 보고는 늘 벌초를 해온 아내에 대한 애정과 함께 자식들이 벌초에 대한 부담이나 죄책감을 가지지않게 신경썼을 아버지의 마음이 보였다.
마치 눈이 많이 왔으니 내 자식 넘어지지말고 조심히 걸어올 수 있게 언제든지 자식들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순간 힘 닿는데까지 해결해내고야마는 세상의 부모님들을 보는 듯 하다.
작가가 아직 어린 나이기에 아버지가 되어보지도 못 했을텐데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시대적 영역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니 윗분들에 대한 공경과 애정이 느껴진다.
또 <아버지 당신을...>의 정보제공자 중 하나일 그의 아버지와 그 관계가 궁금해진다.
같은 연배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깊이있는 탐색을 보여주다니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생각해 본적이 없던 스스로의 얄팍한 마음이 부끄러웠다.
어떻게 이 작가는 사람을,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을 이렇게 세세히 비춰줄 수 있는 것 일까?
나는 이렇게 텍스트로 접해서 "아...!"하며 가슴먹먹하게 이해해도 돌아서면 철부지의 언행을 버리지 못하는데 말이다.
사람자체에 대한 따뜻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겠구나싶다.
지금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한 서수철과 서민수의 여정이 이렇게 애잔한데 중년에 들어선 거의 부모님의 부재가 많은 세대에선 가슴을 치며 반성을 하느라 고통스러울 것 같다.
정말 있을 때 잘 해야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번 더 그 입장에 서 보려는 노력을 해야지.
사실 요새 갈 수록 어린아이같아지는 부모님을 보면 한번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미래에 부모님의 존재를 미리 귀찮아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본다.
넘치게 받아놓고 나는 그걸 내 자식에게 쏟겠지.
그리고서 나는 왜 그만큼 받을 수 없음에 속상해하겠지.
자식으로서 참 죄송스럽고 부모로서 담담한 자세를 준비하게 한다.
벌써 있지도않은 자식걱정이 스물스물 밀려온다.
그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고 큰 공감을 선사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