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순간부터 서서히 백일몽을 꾸듯 책의 몽롱한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발견하기 전까지 그 주변의 묘사 등을 통해 환하고 뚜렷한 선명함 보다 명도와 채도가 낮아 흐릿한 이미지를 주기에 약간 졸린기운에 취한 듯 하게 이야기에 섞이게 됐다. 갑자기 칼바람이 불어 성에가 낀 창문을 바라보며 따뜻한 쇼파에 앉아있어 그 안락함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는데 여름에 읽었더라면 한여름의 꿈처럼 몽롱하니 선선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하트브레이크 호텔>에 도착하여 사랑의 추억에 대해 갈망한다. 끈 끊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심신이 말간한 사람이기보다 하나 둘 기워지고 덧대어진 캐릭터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어 그들의 상실감을 배가시켜주고있어 더 드라마틱하다. 테마별로 구성 된 이야기들은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단편소설을 보는 듯 하다. 물론 중간중간 이야기 속에 짐작되는 다른 테마의 연결도 없지않지만 단편소설로 빼도 손색없을만큼 짧은 이야기 속에 진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호텔문을 열어주 듯 캐릭터들의 감정이 시작되는 테마부터 시작하여 마무리를 초반의 테마와 연결하는 구성, 작가와 동명의 캐릭터를 넣어 내용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이야기 자체가 독특하여 다양한 시도가 보기 좋았다. 그런 구성이 서로 다른 테마들이지만 한데모여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완성를 높여준다. 섬세한 묘사로 시각적 연상을 충족시켜주므로 영상물로 소화시키기도 적격일 듯 하다. 애초에 영화로 제작을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순간순간 한편의 영화 스틸컷을 보는 기분이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 빳빳했던 나였지만 서서히 시작되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환각적인 장치는 타임머신에 탑승한 듯 자연스럽게 시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케 했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사회적으로부터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함에도 그 안에서 현실성을 찾으려 했던 나를 발견하곤 아연해졌다. 익숙치 않은 내용이 처음엔 이물감을 줬지만 사랑을 얘기하면서도 사회적 장치에서 발을 못 빼는 정서적결핍을 완화시켜주려는 듯 대놓고 비현실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어 읽는 입장에서도 머리에 나사하나 풀고 기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한가지씩은 있다. 그 중 농도가 짙은 순으로 보자면 사랑에 관한 추억이 우선으로 쳐지지 않을까? 그것이 꼭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연민, 가족애, 우애 등 '사랑'은 살아가는데 가장 깊은 기억을 남기고 진한 그리움을 만든다. 그 추억과 그림움의 정서적 허기짐이 만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은 시공간의 통제없이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 잘 씌어진 소설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소재를 토대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력을 불러일으키는 책 이라고 하던데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특별한 환경에서도 내 머릿속을 다 안다는 듯이 캐릭터를 통해 큰 공감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행복이 저축되는 줄 알았던 '두번째 허니문'에서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이 다음은 없다는 것은 안좋은 경험을 통해 알게됐던 나의 기억의 문에 빗장이 솔솔 열리게 했다. 마치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던 지인의 죽음을 통해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고 지금 내 주변인에게 최선을 다 하리라 다짐했었는데 어느순간 또 잊고 전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니.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달은지 몇년이나 흘렀다고 누군가의 죽음이나 사건이 터질 때에야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기억이 출렁이며 다시 떠오른다. 잊을 수 없거나 잊고싶지 않은 추억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의 타임머신 <하트브레이크 호텔>. 꿈을 꾸고 싶고 꿈 꾸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만가만 도닥여준다. "해당 서평은 예담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