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톨런
루시 크리스토퍼 지음, 강성희 옮김 / 새누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텍스트로 표현되는 시각적인 효과들은 영화제작을 염두에 두고 씌어진 듯 생생하고 자연스럽다.

상상만으로 마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디테일한 묘사들에 특별한 환경이라는 배경을 토대로 홀리는 시간이었다.

차 안에서 흔들리며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읽었지만 독서하는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만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을 정도.

날씨는 춥지만 사람과 사람의 살 부딪히는 얘기에 훈기가 전해져 온다.

 

수많은 인파 중 납치되어 사막에 둘만 남게된다는 특수한 설정 못지않게 표현력 구성력 또한 남다르다.

'납치'라는 소재는 영화나 서적에서 많이 다뤄졌기에 뻔한 스토리라인을 예상했었는데 역시 또 한번 진보를 보여준 작품.

뻔한 내용을 보여준다해도 그 표현이 제각각이기에 흔쾌히 읽었을텐데 루시 크리스토퍼는 기존의 소재에 새로운 옷을 덧입혀 탄생시킨 것이다.

낯선 환경이지만 이질감없이 친화력을 부여하는 그 표현력!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표현능력이 좋아 우리마음의 닫힌 문을 열고 빛을 쪼여주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스톨런>을 통해 수많은 인파 중에서도 홀로 서 있고 낯선 공간에서의 외로움과 공포에서 느끼는 자괴감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 연민 등을 느낄 수 있는 스스로를 경험하게 된다.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대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경험이 추억이 되어 쌓이는 동안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태도가 전혀 낯설지 않다.

스톡홀름신드롬이란 특정유형의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감정인 듯 <스톨런>은 위화감없이 다가온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가면 그를 이해할 수 밖에 없고 공포나 적개심보다 연민이 더 커진다. 

우리는 모두 젬마와 다르지 않다.

 

루시 크리스토퍼는 섬세한 묘사와 대화를 통해 공포와 외로움에서 안락함과 친밀감으로 안내하면서 작가 내면의 보이지않는 목소리를 녹여내고 있다.

소통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만의 범죄에 앞서 주인공들의 물리적 감정적 교류를 통해 그 적개심에 대한 이해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다니 소설가만큼 타인의 가슴을 헤아려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직업도 드물구나싶다. 

마지막은 슬프고도 아름답지만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크게 끌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가슴이 저릿저릿하게 된다.

 

그나저나 <스톨런>가져온 구성과 표현의 능력에 놀라는건 둘째치고 독서가 끝남과 동시에 젬마에 대한 공감이 끝나면서 이젠 한없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니 나만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있는 외로움의 한 형태인 것일까?

누군가 옆에 있어도 끊임없이 외로운 건 나 뿐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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