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IVY 테이크 아이비
데루요시 하야시다 외 지음, 노지양 옮김 / 윌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기대이상의 횡재란게 이런게 아닌가 싶다.

프레피룩의 시초가 되는 아이비리그의 패션을 소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좋았을 뿐 이었는데 알고보니 한정판인데다가 기존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판되었기 때문에 저자들의 의도와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게다가 60년대의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패션은 위화감이 없다.

패션인사이더들에게 각광받는다는게 그저 홍보문구의 과장이 아닌 당연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엇보다 <TAKE IVY>가 의미있는 이유는 지금도 패션이라면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적지않은데 가뜩이나 60년대에 그것도 동양의 남자 넷이 주목했다는 점이다.

 

패션을 전공했다지만 전공과 관련해선 도서보다는 실제적인 패션쇼나 영상매체에 비중을 두었던 태도의 전환점을 줄 책이다.

패션은 순간적인 빠르기의 속도로 지나가기에 텍스트보다 영상미가 그 속도감을 잘 반영해준다고 생각했었던 오산이었던거지.

빠르기가 전광석화와 같은 메트로패션은 늘 이목을 끌지만 클래식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꾸준히 애용하는 것 처럼 패션을 접하고 느끼는데 효과적인 것도 영상매체보다 책이 오랜 잔상을 남기며 깊은 영감을 주더라.

거의 사진으로 이뤄져있고 텍스트는 각주의 역할 정도만 하기 때문에 사실 독서 속도감에 있어 영상매체 못지않게 빠르긴 하지만 개인별 감상하는 속도가 다르기때문에 더 흡입력에있어 더 효과적이다.

 

아무리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지켜야 할 기본이란게 있는 것 처럼 패션역시 시간의 여유가 많은 사람들의 과소비풍조의 일부가 아니라 심신의 정돈과 자아표출의 창구이며 매너이다.

의복이란 그 사람을 나타내는 잣대가 된다는 허례허식에 불과한게 아니라 상대를 대하는 태도이기에 '예'에 있어 소홀히 되어져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이병철회장의 생애를 다룬 저서의 내용중에 늘 몸에 가감없는 맞춤정장을 추구했다고 하는데 업무의 효율성과 기본을 지키는 정신, 그리고 타인에 대한 예를 차릴 줄 아는 비지니스 매너를 알 수 있게하는 대목이었다.

고유의 이유는 아니겠지만 삼성이 대성할 수 밖에 없었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TAKE IVY>의 사진들에선 설정이란 없다.

그저 흘러가는 그들의 다양한 생활상을 담아 그 안에 녹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특별한 소재나 대단한 발상에서 나온 패션이 아니라 그저 즉흥적이고 편안함, 합리성에 중점을 둔 평범함 패션이다.

디테일한 장식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다채롭지도 않으며 시장에 내 놓으면 추레할 촌스런 패션도 있다.

무엇이 그들의 패션을 영구히 돋보이게 했나?

아이비리그의 패션을 정의하는데 핵심이 되는 '당당함'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의 멋을 보여주는 <TAKE IVY>는 런웨이와는 별세계같지만 그 못지않게 빛을 느낄 수 있다.

시각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미래의 사회지도층에 포진하게 될 아이비리거들의 꾸밈없는 모습들에서 열정과 당당함이 주는 그 건강한 이미지는 잡지관계자들이 교본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사실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조용한 듯 하지만 패션을 얘기하는데 있어 프레피룩이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건 창조와 열정을 담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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