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생의 모습을 빌어 국가가 필요이상의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개인의 생활이 파괴되는 변화와 공포를 보여준다. 군부정권시절을 모르고 자란 나에게 민주주의에서 가지는 자유는 시민으로서 누릴 당연한 권리였지만 지난 몇년 동안 강화된 국가의 권력에 청년들은 족쇄를 찬 듯 답답해하고 분노했다. 민주주의가 침해 될 정도의 체제에도 답답한 우리인데 독재정권 아래 놓이게되는 순간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아마 독재정권 속의 청년 시절을 지낸 어른들은 족쇄를 찬듯한 심정을 넘어 이념과 사상에의 끊임없는 토론과 주변과의 관계도 경계하고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염려하면서도 의지를 다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가족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않은 단계에서는 몸보다 머리가 우선하여 본인의 이념을 따라 활동하지만 나의 행위에 가족의 안전이 걸리게되는 순간 자아와 갈등하며 그 어떤 위험도 감내하게 된다. 일부러 폭력을 유발하여 새정권에 더 힘을 실을 구실을 예측한다 하여도 당장 내 가족, 친구, 연인의 피해에 앞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평소 의식하지않은 나라 아르헨티나이지만 <그녀의 정의>를 통해 겪은 추악한 전쟁은 형제애를 느끼게 한다. 우리에게도 강제적으로 진압당한 역사가 있고 눈을 뜨고 정면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향해 무모한 행동도 두려워하지않던 청년과 의식있는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눈에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세상이 올 수 있도록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에 우리가 이만큼 살고있다 느끼니 새삼 감사 할 뿐이다. 지금 누리는 자유는 시대적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지난 시간들에 대한 희생자들의 노고 덕분인 것 같아서 말이다. 글로리아 웰런은 시대적 어두움과 복잡한 사회문제를 남매간의 우애를 통해 너무 무겁지 않으며 쉽고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그녀의 정의>는 꽤 얇은 부피의 소설이지만 빠른 전개와 다양한 인물들의 설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긴장감을 준다. 실비아와 에두아르도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애의 깊이와 가족간의 사랑을 표면으로 독재체제가 가져오는 해악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그들과 맺어지는 인물들의 관계나 그 캐릭터들의 성격에서도 사상과 이념의 인격화를 엿볼 수 있어 작가의 사상과 의도를 짐작케 한다. 표지가 제목과 더불어 얼핏 연애소설을 연상시킬 수도 있기에 책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듯 해 좀 아쉽다. 사회소설이 가지는 문제의식에 대한 환기를 잘 살린 구성이지만 많은 국민을 상대로 벌어진 게릴라성 폭력이 산재하는 시대이니만큼 극적인 상황은 좀 약한 듯 싶다. 애초에 너무 심각하지않고 가벼운 느낌으로 쉽게 전달하여 문제의 환기를 위하였을테니 목적에 맞는 구성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기에 약한 것이 사실이라 관심있는 사람은 좀 더 관련서적을 읽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