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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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눈동자 색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것도 같아 신체적 조건 또한 흡사하고 나이까지 같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주어진 권한과 의무가 극명히 갈리는 요이치와 대식.

자의반 타의반 어그러진 첫만남을 시작으로 한 집에 살면서 서로에게 유령으로 살아가지만 전쟁이 가져오는 참혹함 속에서 뚜껍게 껴 입었던 가치관과 사상들을 한꺼풀씩 벗어던지며 색안경을 벗고 서로를 인식해나간다.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는 원초적인 전쟁터에서 국가나 인종은 그저 이념으로 남아 그동안 닫아왔던 눈을 들어 어쩌면 친해지고 싶었을 마음이 눈에 보이는 듯해 시간이 지날 수록 가슴이 짠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데 배제해야 할 선입견들은 대체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자국민 사이에서도 이해부족으로 온갖 사건사고가 발발하는데 외국인이라면, 또 그것이 약탈의 역사로 맺어진 관계라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기 전에 적개심과 멸시가 우선함이 당연하다.

대식과 요이치의 첫만남에서 그들은 시대적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였기에 가치관과 사상이 굳어지지않아 친구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요이치가 대식의 호감표명에 긍정적인 답을 했더라면 전개됐을 그들의 학창시절이 기쁘게도 슬프게도 그려졌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쉽게 친해지게 된다고해도 시대적 상황이 그들을 다른 위치로 만들고 오히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변질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설정이라면 다소 평범한 소설이 되었겠지.

 

작가는 소년들의 호감을 가슴에 간직케하고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겪게되는 시간들로 전쟁터까지 아슬아슬하게 갈등을 유지해나가 독자로서도 그 생동감에 가슴이 아슬아슬했다.

생생한 인물간 소통의 매끄러움과 장면에 대한 섬세한 표현으로 바로 시각화 할 수 있었다.

먼저 영화제작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 그런지 영화는 보지 못 했지만 소설만으로 영상을 떠올리는데 수월했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고 할 정도로 사회적 환경이 너무나 다른 탓에 역사를 상기하지 않고도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다.

외침의 시달림에서 마음 편할 길이 없었던 우리나라와 외침없이 평화로웠던 일본.

전쟁을 일으켜본 적 없이 대항하는 역사가 전부일 정도로 무관보다 문관이 우세하여 학문에의 관심이 더 컸던 우리나라와

근방의 나라와의 전쟁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무사정신이 투철한 일본.

 

처한 환경과 문화가 달라 이해하기도 힘든데다가 역사시간을 거치면서 가슴 속에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품으며 일본이란 나라와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게된다.

하지만 직접 일본사람을 만나면 그저 국적과 사용하는 언어, 약간의 외모적 차이만 있을 뿐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순박하고 예의바른 그들의 모습에 그간의 선입견이 한번에 무너지기도 한다.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가장 으뜸은 사랑이라.

당연하고 절대적이지만 늘 간과되어지는 구절이다.

'사랑'을 실천하자는 귀에 좋은 소리로 무책임한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에 족쇄를 걸어 후회할만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대가 변해 국경이 모호해진 지금까지도 일본에 대한 우리의 적개심은 높은 편이다.

과거를 잊고 경제발전을 위해 친선도모에 더 힘써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인지와 사실판단을 명확히 하되 사람과 사람의 유대, 존경할 만한 정신이나 문화등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싶다.

 

근데 교과서 좀 어떻게 해야 우리의 분노가 좀 가라앉을텐데...

분명히 말 하지만 과거에 대한 인지가 명확히 이뤄지고 사실관계가 분명해져야 그 다음절차로 갈텐데 말이다.

이 좋은 소설을 읽고도 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릴 날은 멀지 싶다는게 참 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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