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가을이라 내 맘에도 낙엽이 부숴지려는지 벌써 제목에서부터 눈물이 난다.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라니.

부의 고저를 떠나 사람에겐 누구나 사치의 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전쟁터같은 일상에서 몸과 마음이 고장나기 전에 스스로에게 '사치'를 선물하길 바란다는 저자의 맘이 제목에 잘 반영되었다.

물리적인 방법의 사치를 말 한다면 가난한 사람은 꿈도 꿀 수 없겠지만 다행히 김지수작가는 '시'를 통해 내 마음에 과욕을 만족시켜준다.

경제적 최저의 수준으로 정서적 최고의 감동을 누릴 수 있는 사치아닌가.

스스로 '시'로 인한 정서적 사치를 느낀 자만이 베풀 수 있는 나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감성이 기저를 치고 올라오는 순간 만나게 되는 책이었다.

아무리 소설을 읽어도 그저 습관적인 감상만 남을 뿐 여유를 같고 음미해본 적도 그럴 노력도 없이 스토리만 탐했던 독서습관에 물들어버려 무료했던 차에 만난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서른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여 머리를 마비시키고 싶었던 건지 지나치게 독서로만 시간을 보내려했던 나에게 다독보다 음미하며 작품을 느낄 것을 권하는 것 같았다.

 

여러 일들을 도모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경험과 지혜가 있지만 섣불리 시작하기엔 애송이인 상태.

그 부족함에 빠른 속력에도 조바심을 내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들은 속력을 더 가속화시키기 보단 한포인트 쉬고 나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그런 상태였던건지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는 나를 스폰지처럼 정서적으로 푹 젖게 만들었다.

 

작가가 전쟁터에 비유한 일상은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푸념으로 입에 올리는 표현이다.

그 박력넘치는 전쟁터가 영화라면 '시'란 우리일상의 찰나를 포착한 사진과 같아서 무심결에 흘러가지 않고 숨을 한번 멈추게 한다.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시 이기에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일갈로 스치지 못하게 한다.

 

얼마나 많은 문인들이 시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더 풍성하게 했는지 잊고있었다.

'시'역시 내가 좋아했던 문학장르였는데 어느순간 거리가 멀어졌는지...

고등학생 때는 나름대로 시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사회로 나오고부터는 '시'는 거의 손에 들어보질 못 했다.

경제, 경영, 생활관련 서적들에 익숙 해지다보니 정보습득능력은 발달하는데 함축과 은유, 상징에 대한 이해가 쇠퇴하여 시를 읽어도 그 이해가 충분치 못해 무감각 해 졌나보다.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는 소녀시절의 내 감수성을 불러와줘서 오랜만에 설레게 했다.

 

'시' 역시 예술작품과 같아 읽는 이의 상황에 맞게 해석이 되겠지만 분명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바가 있기에 '시'마다 작가의 생각을 곁들여 읽고싶지만 일일이 그렇게 해설해주는 책은 찾기 힘들다.

그 와중에 김지수작가가 힘들 때 마다 도움을 받았다는 시들이 펼쳐지며 김작가의 느낌들이 구성된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를 보게되어 반갑다.

오랜 도서관에서 나와 취향이 맞는 편집자의 시의 모음에 군데군데 느낀바를 메모 해 놓은 시집을 발견한 느낌이라 본능적 관음증이 자극되어 마치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더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시'에 대해 그 함축성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 꺼려들하기에 김지수작가의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를 통해 '시'에 대한 벽을 허무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시를 본인의 관점으로 해석해보기도 할 수 있겠고, 스스로 시를 써 볼 수도 있겠지.

 

파삭파삭 부숴지기 직전인 내 감성에 조금씩 물을 부어 시간을 들여 생기를 머금게 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이 감정적 호사를 두루 선물하고 있어 독자된 심정으로 김지수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무한으로 증폭 된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봤을 때 느꼈던 감동 비슷하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야 뭐 아무것도 모르지만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왠지 도회적인 느낌의 겉모습과 상반되는 뜨뜻한 정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만만한 인상에 살풍경했던 내면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수분 좀 머금으란다.

마음이 쩍쩍 갈라지기 전에 시 읽어주는 여자 김지수작가를 따라 조금씩 정서에 물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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