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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작가역시 말 했듯 김밥같은 책이다.
안에 들어있는 여자들 모두가 개성이 강한데 황희연작가의 입을 통해 한데 잘 어울어져있다.
뭔가 독특하고 튀는데도 불편하게 부딪힘 없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으니 신기하다.
어쩌면 이들의 기력에 눌릴 정도로 평범한 이력의 이들이라 하여도 작가는 조물조물 꼼꼼히 잘 말아서 특징을 잘 전해 줄 것만 같다.
영화를 보면서 필란드에 가보고 싶을 정도로 그 곳에 자리해줄 것만 같은 공기같은 분위기의 편안한 식당 <카모메 식당>.
그 영화가 주는 편안함을 이어받아 어떤 굴곡진 사연을 안고 찾아와도 그저 커피한잔에 부담없는 식사를 통해 경쾌한 추억으로 사연을 소화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속 주인공과 저자.
참 예쁜책이다.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의무적인 조언과 교훈을 주고자하는 중압감없이 그저 편안하게 수다를 떨며 공감과 희망을 보여준다.
개성이 강하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공'의 길을 걷는게 아닌 그녀들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모습을 통해 원치않는 길을 꼭 가야하는 것이 아님에 안심하고 희망을 품게 된다.
봄날의 아지랑이를 보듯이 뚜렷한 선명함보다 흐릿한 편안함을 선사하는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의 시간. 그녀들의 수다에 반쯤 눈을 감고 귀를 맡기면 된다.
비스듬히 앉아서, 옆으로 누워서 쌀쌀한 가을바람에 가디건 섶을 여미며 큰 머그컵에 차를 가득담아 마시며 조용히 읽고있으니 잠이 솔솔 온다.
잠깐 잠 들었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눈 비비고 어디까지 읽었는지도 명확치 않아 읽었던 부분부터 다시 읽으며 천천히 그러나 그 재미에 정신없이 빨려들어간다.
바깥세상이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더라도 그 속도에 상황에 조바심내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위안을 담아 쓰담쓰담하며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10대에도 20대에도 꾸준히 지긋지긋하게 지칠 정도로 방황하며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서 어디로 나아가야하는지 묻는다.
타인과 다른 속도에 다른 전개에 불안해하고 조바심냈다.
난 지금껏 나만 숱하게 방황하는 줄 알고 혼자 속으로 끙끙거리며 멍울을 껴안고 살았지만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과 같은 청춘에세이를 통해, 친구들과의 수다를 통해 극복의 돌파구를 찾고 위안을 얻곤 한다. 그만큼 그녀들의 수다가 가지는 의미는 방황하는 20대 사춘기(?)를 극복하고있는 나같은 철부지에겐 커다란 손이 되어준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의 그녀들은 사회적 성공궤도에 올랐고 그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 때 또한번 스스로의 내면에 귀 기울여 새로운 길을 걷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작가가 지은 밥이 찰진지 꼬슬꼬슬한지 눌었는지 살필 틈도 없이 그저 웃으며 수다 떨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까지 오게 된다.
밥이 좀 타면 어떻고 설 익으면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일을 해 나가며 같이 밥 먹으며 얘기해 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낄수 있으면 됐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평균이라는 선에서 어긋나도 괜찮다.
나라는 사람이 가지는 의미를 굳이 찾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런 것들이 나의 행복을 가늠하는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사회적 통념이나 기준을 신경쓰며 사는 머리가 내 마음 군데군데에 덫을 놓아 나를 헤메게 했을 뿐이다.
아무것도 두려워말고 눈치보지말고 나아가면 된다.
그녀들 처럼 소신있게 행복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떻게 삶을 전개시키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심야식당'에서처럼 부담없이 주문받고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마음으로 준비하면 되겠지.
(이 서평은 예담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