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같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는 개인들이 투자보다는 투기성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하며 실패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들을 담은 안타까운 뉴스들이 속출한다.

전문성이 떨어지기에 더욱 조심하고 안정적으로 접근해야하지만 공부하려는 노력없이 투기성으로 접하거나, 설지식으로 과잉자신감으로 그릇된 욕심을 부려 실패하는건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그들을 탓할 순 없지만 그 어리석음에 왜 마지막까지 그릇된 선택을 했는지...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의 실패에 대해서는 전공자도 아니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경제관련 행정부서나 금융기관의 날고기는 엘리트들이 전부터 반복되는 경제의 흐름을 공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어째서 주기적으로 경제위기의 타격이 개인에서 국가로, 이제는 세계로 점점 확산되는 것일까?

 

<눈먼자들의 경제>는 13명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의 시선을 빌어 소수의 영향력있는 계층의 욕망으로 눈이 흐려 그릇된 판단과 과한 긍정적 전망으로 인한 그 파급효과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섭다는 말로 다 하기엔 그 피해의 폭이 넓어서 짧은 한숨만 연거푸 나온다.

그들에겐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영역이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부재가 아닌 욕망의 절제에 대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뿐이라는게 명백하여 그럴지도 모르겠다.

 

장장 700페이지에 달하는 사전같은 두께의 위용을 자랑하며 '다 읽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게 나를 위축시키던 겉모습과 다르게 소설과 르포의 형식으로 적절히 구성하여 속도감있게 읽힌다.

추리소설보다 더 중도에 손을 놓기 힘들었던건 아마도 지금 시기에 과거에 대한 학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초점이 흐렸던 인간의 욕심에 소설보다 더한 감성적 요소를 느꼈기 때문일것이다.

 



경제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있지만 생활고를 겪느라 경제위기의 인과관계에 대해 깊이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폭풍우 속 돛단배처럼 좌초되기 일쑤다.

개인의 실수로 개인의 피해로 인한 경우보다 조직의 원할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한 그 피해를 일반인들이 고스란히 견뎌줘야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게 안타깝다.

2008년의 끔찍한 위기를 견디고 이제 좀 허리를 펼까했더니 최근 다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쳤다.

유럽발 증시 폭락과 미국의 재정위기까지 불거지면서 지난 몇주동안 외수에 의지하여 연명하는 우리나라역시 증시폭락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인간은 감정이 있기에 위대하고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하다.

경제라고하는 수의 체계로 이뤄진 분야도 결국 인간이 운영하기에 이성적요소만 존재할 수 없고 때에 따라서는 감정적 요소가 이론을 흔드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최근 몇주 동안의 증시폭락에서도 선학습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함께 휩싸였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지난 2008년의 대공황상태에 비해서는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때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그런다고할지 모르겠지만 경험에 의한 학습이 작용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재빠르게 손절매한 종목은 한숨 돌렸지만 물린 종목의 수익률을 보면 짜증이 솟구치는걸 알면서도 어김없이 안타까움에 조회해보며 아침부터 저혈압발동!하는 스스로를 질책한다.

대학을 졸업하도록 경제와 관련한 공부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아 금융지식이 전무했던 나였지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속물근성이 아닌 필수상식이며 성인으로서의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무섭게 흥미를 느끼며 홀로 공부했다.

그러나 독학의 단점 중 하나가 다독을 하여도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계속 모른채 지나간다는데 있어 초반의 가속력에 비해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제자리걸음하는 진도를 느끼고 답답해졌다.

결국 짧은 지식으로 금융상품에 멋모르고 투자해서 이익과 손해를 경험하며 '투자의 실패는 몰라서 오는 것이 아닌 과욕으로 발생'하는 것임을 절감했다.

문제는 그런 경험으로 깨달은 학습이 기억에 있음에도 '기회'를 눈앞에 두는 상황이 왔을 때 이성보다 감성이 더 크게 튀어올라 욕심을 부리게된다는게 어처구니없다.

 

재화의 보유정도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시대인 만큼 사람들은 인생을 설계할 때 확실히 '인생'자체보다는 '재산'에 초점이 크게 맞춰져 있다.

아무리 돈도 중요하고, 더불어 가족, 지인, 지식, 취미등의 생활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돈과 함께 동등한 무게를 지니지 못해 인생설계의 포인트가 재화에 맞춰져있는데,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재정적인 문제가 없을 때는 별 문제없이 살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닥치는 금융위기가 닥치면 그 때마다 인생자체가 흔들리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선택으로 치닫는 것이다.

<눈먼자들의 경제>에서 보여주는 상위계층들의 생활을 읽다보면 나도 그 생활을 누리고 싶고 그 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남은 생의 설계의 초점을 재화에만 두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삶은 결코 재화의 부피가 만족을 충족시켜주기엔 무리다.

교과서에나 나올 말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삶에 있어 돈은 필요한 개체이지 목표로 삼을만하지는 않다는걸 모두 느끼고있다.

다만 많으면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어떤 드라마에서 "돈이 더럽냐? 난 무섭다."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듣는 순간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무섭다는 것을 생활고로 겪는 사람들은 돈에 관련하여 조심성있게 행동하지만 지나치게 풍족한 사람들은 마치 부르마블 게임하 듯 현실감각을 잊고 자금의 흐름을 탄다.

결국 순간의 욕망으로 눈이 흐려져 영원할 것 같던 금융기관이 무너지고 국가가 흔들리고 사람으로서 지켜내야 할 존엄성까지 무너뜨리게 됨을 <눈먼자들의 경제>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금융위기에 대해 쉽게 이해하기 위해, 혹은 다양한 방면으로의 시선을 느끼기 위해 좋은 경제서적이니 개인투자자들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추천하고 싶다.

경제서적이라고(게다가 두껍다고) 고리타분하게 생각할 것 없이 소설책이 주는 재미가 더 클테니 비가 와서 방콕에 심심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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