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군사적으로도 막강하지만 워낙 패션과 예술로 유명한 나라인 덕분에 문화강국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워낙 글로벌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어 타국임에도 그들의 역사와 문화는 참 친숙하다.

그중에서도 프랑스를 깨우는 시민운동의 원인 중 하나인 베르사이유궁전은 당시의 프랑스 시민들의 생활을 힘들게 했을지언정 지금은 어엿이 프랑스를 대표하며 관광사업에 꽃을 피워 현재의 프랑스 국민들을 먹여주고있다니 아이러니한데...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겨준 시대의 화려함과 풍족함은 상대적 박탈감을 수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지나치게 향락과 사치를 누린 귀족문화의 반면에는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생활조차 박탈 당한 채 빈곤과 비위생을 평범하게 여기며 살다간 하층민의 안타까움에 마냥 감탄만하며 바라볼 수는 없는 유적 중 하나다.

 

그런 상반되고 반쯤은 취한듯한 시대에 몽테스팡후작의 이야기는 부족함이 없어 지루했을 귀족들에게 좋은 가십거리가 되었을 것이고, 웃을 일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좋은 농지거리가 되어 전해지면서 현대까지 끊임없이 사랑받는 예술적 소재가 됐다.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 어떤 고전이든 각색으로 늘 신선하게 다가온다.

장 튈레는 <몽테스팡 수난기>를 애초에 무대에 올리기 위해 쓴 것인지 인물의 동선과 배경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하여 한다.

 

몽테스팡후작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여러매체로 표현되어 왔지만 고전인 탓인지 아니면 내가 영화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좋아해서인지 확실히 오페라의 형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몽테스팡 수난기>를 보는 내내 한편의 오페라를 관람한 느낌이었다. 귀에서 배경음악까지 삽입이되는 신기한 느낌을 느꼈을 정도로 작가는 <몽테스팡 수난기>라는 텍스트만으로 이뤄진 시각적 수단으로 오감을 만족시킬 줄 아는 역량을 보여준다. 

다만 너무 경쾌하게 풀어내느라 유쾌하게 보긴 하였으나 진지함을 다소 해치진 않은 것인가 싶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슬픔을 희화화할 수 있는 연극이야말로 표현하고자하는 목소리에 대해 제대로 인지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니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함을 해치지않고 괜히 진지해지지않는 담백한 일관성을 보여준데 대한 능력을 더 높이 사고싶다.

 

굳이 기회를 만들려하진 않지만 주어진 기회는 잡고싶은 속물근성 때문인지 몽테스팡 후작의 고집적인 순정이 답답하게 느껴져 꼬집어주고 싶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를 탓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에 성실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한없이 부러운 이야기이기만하다.

체험하고 싶지도 않고 상상할 수 없는 르네상스시대의 박탈감 속에서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가 빛나는 까닭은 시대에 반하는 그의 순수함 덕분이기도 하고 현대의 삭막함에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빚어낸 현대인의 풍요속 외로움이 소셜커뮤니티를 활발하게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만큼 <몽테스팡 수난기>에서 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의미심장하다.

단순한 희곡이 아니라 현대의 사고방식에 비춰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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