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한편의 연극같은 소설이다.
최인석작가의 <그대를 잃은 날 부터>를 읽을 때도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아예 연극시나리오 같았다.

처음엔 이름이 비슷하여 같은 작가인가 착각을 했다.

최인호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여 전작들이 가진 분위기는 모르는 탓에 다른 작품들이 가진 느낌이 사뭇 궁금해진다.

 

주제 사라마구처럼 대화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표현하지않고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데다, 말투조차 연극대사같아 권태로운 일상에서 잠시 궤도를 이탈하게 된 K의 상황이 더 확대되어 다가온다.

별다름 없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만나는 사람과 사물들이 낯익고 낯설어 자존감의 위기와 혼돈을 느끼며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도 모르는 채 순간의 판단에 따라 발걸음을 이끌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시도한다.

 

K의 행적을 쫓아 그의 의식을 그대로 전달받으며 나 역시 읽는 내내 혼돈을 느꼈다.

책을 덮으면 곧 현실이 다가와야하는데 뚜렷한 경계없이 나의 현실에도 공간의 파편이 느껴져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그가 느끼고있는 감정들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권태로운 일상에의 순간적 이질감을 보여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항암치료를 받으며 자의로 집필한 소설답게 낯익은 새로운 공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나보다.

작가가 암선고를 받고 바라 본 세상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였을 것이다.

암선고를 받은 환자의 가족인 입장에서도 어제와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날부터 매일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들로 느껴지고,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느껴졌으며 실제로 달라진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생의 전환점을 거치면 그 권태로웠던 일상이 생경하게 느껴지는데 좋은 의미에서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주인공 K처럼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낯익은 풍경 속에 섞인 낯선 요소들을 접하게되면 당황하게 된다.

꼭 무슨 충격을 받거나 큰 계기가 있어 새롭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날 문득' 단조로운 일상이 샐로판테잎을 살짝 잘못 얹은 것 처럼 다른 공간, 다른 사람, 다른 사물과 겹친 듯한 상황의 당혹감.

 

비단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낯선 공간에서 기시감을 느끼거나 익숙한 공간에서 생경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오는 혼란스러움은 지금까지의 삶이 왠지 뜬구름처럼 여겨진다.

고유의 브랜드를 고집하는 K는 변화 된 환경에 대해 확신하며 빅브라더의 존재를 만들어내지만 나라면 뚜렷했던 기억을 의심하게 될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떨어져 결국 자존감을 위협받게되지 않을지...

 

무섭도록 현실감이 느껴지는 그 생생한 혼란스러움에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혼돈 속에서도 많은 캐릭터들의 구성을 잘 정돈하여 보여주는 그 구성력도 놀랍지만 현실성 없는 캐릭터의 다양성과 생동감이 피부로 느껴진다는데서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낯선 상황일까?

많은 사람들이 낯설기보단 기시감을 느낄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처럼 비가 와서 안개로 시야가 모호한 날 더 푹~빠져 읽을 수 있어 좋다.

커피한잔과 함께 비오는 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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