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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 20대 초보의사가 본 더 리얼한 시골의 웃음과 눈물
양성관 지음 / 북카라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생비량'이 뭔가? 싶었다.
지명이었다니 작다작다 하지만 역시 내가 못가 본 국토가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아무리 생초보라지만 작가의 탄생연도를 보고 또한번 놀랐다. 이렇게나 젊고 경험 없는 사람이 홀로 삶의 경계에 있는 인구가 대다수인 시골을 책임지도록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국가적인 의료시스템이 빈약한 것에 혀를 차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치되어야하는 한국의 젊은남자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들었다.
그래봐야 그 의무에서 벗어나있는 내가 얼마나 알겠냐마는 남동생이 입대하던 순간을 생각하며 어쩌면 이정도는 거친 훈련을 동반하지 않으니 가족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도하지만 의무를 지는 입장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억울함의 정도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심심해서, 너무너무 심심해서 글을 썼다고 하는데 심심함으로 따지자면야 주말에 빈둥거릴 뿐인 나도 뒤지지않지만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기에 저자의 출판은 나에게 부끄러움을 환기시켰다.
직업때문에 부모님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고 홀로 서울에 3년을 있으면서 몸과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진 후 개인의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온 후로 점점 권태에 익숙해지기만 하는 자신을 느끼면서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안했었는데 이렇게 권태로움 속에서도 새로움을 엮는 사람들을 보니 내 젊음에 한없이 미안하기만했다.
서울에서 홀로 지낼 때 밖에 나가기만하면 사람이있어도 관계없는 사이기에 사회적 고립을 느꼈었는데, 실제로 외부로 나가도 아무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때의 고독을 대체 어떻게 상상해야할까? 섬짓하다.
지방이래봐야 아파트 생활이기에 비교할 순 없지만 연고가 없는 곳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고독함에 동감한다.
사실 아산은 지방이래도 주거지역에 아파트도 많고 인구 수에 비해 복지환경도 괜찮은 편이라 혼자 생활하기에 처음엔 답답하거나 심심하겠지만 책읽고 그림 그리는 시간이 소중한 나에겐 (차만 있다면)이만큼 이상적인 환경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연고가 없어서(지금까지도;;) 교통의 불편과 문화시설의 부족함에 답답했었으나 수도권과의 비교에서오는 부족함이 아닌, 지방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특색'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니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어찌나 많던지..!
내가 있는 장소에서 최대로 즐길 수 있게 생활하자는게 좌우명인지라 지금은 맘껏 책을 읽으며 신선같은 생활을 한다.
(단지 요새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집에서 책만 보기엔 너무 눈치가 보여서 힘들지만;;)
90년대에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몸이 부셔져라 일 했다면 지금은 성장한 경제, 문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근로조건이나 복지등이 많이 개선되어 업무 외의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는 탓에 가정의 소중함이나 환경적, 사회적 윤리의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귀농'에 대한 환상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귀농생활이 TV에서 보여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푸근한 인심이 난무하거나 재밌고 낭만적이기만 하지않다는 사실을 우리 부모세대는 대부분 강하게 알고 있지만 향수로 인해 선택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은 육체적인 고생을 별로 안해본 세대로 그 육체적 불편조차 자연에 대한 의무, 또는 귀농에 대한 낭만으로 받아들여 귀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알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머리로 인지하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실제로 자연으로의 회귀나 넉넉한 시골인심을 꿈꾸며 귀농한 사람들 중에 생각보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대 자연에 떨어졌을 젊은이의 3년에 답답함이 없다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자극이 없는 일상은 사람을 무료하고 안일하게 하지만 저자는 심심함에서 오는 권태로움을 극복하려 발버둥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본인의 상황을 십분 활용하여 남들은 그냥 지나치거나 우울을 불러올 수 있는 시간들을 출판으로 연결시켰으니 귀농을 꿈꾸는 젊은세대들에게 현실을 환기시켜주는 안내자가 되었다.
시골하면 인심, 노인, 농사로만 기억되고있는데 저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소 다양한 연령층이 겪는 농촌을 대신 접하면서 익숙치않음에서 오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삶은 현실이기에 꿈속같이 즐겁기만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빈약함을 표하지만 저자 특유의 입담으로 무겁게 가라앉지않아 읽기에 고통스럽지않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익살로 풀어낼 줄 알았던 선인들의 지혜까지 자연으로부터 전수받은걸까 싶을 정도로 딱딱한 이과생의 문체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날려버리고 다양한 표현을 구사하며 재미를 주고있어 감칠맛난다.
힘들다고 말로만 백번 들으면 와닿지 않는데 환경에 대한 의무와 회귀에 대한 목표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딱히 선례가 될 케이스가 적어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보건의로 생비량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넘치는 끼로 글솜씨를 발휘하여 결코 녹록치많은 않은 시골생활을 특유의 입담으로 경쾌하게 풀어내어 젊은 사람들의 귀농안내서같은 느낌이다.
덕분에 새로운 생활에 대한 고독과 불편을 생생한 육성으로 듣듯이 친근하게 전하고 있어 출퇴근시간에 기분전환삼아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콩나물시루같이 빽빽한 사람더미 속에서 누군가의 고독을 여유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