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싹 - 오늘의 한국 인문학을 있게 한 인문고전 12선
김기승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는 많은 인문서적들 덕분에 우리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시간대비 효율적인 독서는 이루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많은 인문서적들을 접하기보다 본인이 추구하는 사상이나 새로운 지식에 대한 고찰이 적기 때문인 듯 싶다.

그저 교양수준으로 접하는 탓인지 인문서적에 대해서는 그리 까다로운 시선으로 선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서양의 철학을 기반으로 발전한 외국 인문서적들의 번역본을 접하고 있는만큼 요즘 젊은사람들의 인문학적 넓이는 깊은 편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기존 문화와 함께 발전해온 인문서적들에 눈을 돌려본 적이 없었다는데 적잖이 놀라고 부끄러웠다.

인문적소양이 필요하다는건 절절히 느끼고 있으면서 막상 그 깊이와 본질을 보려한게 아니라 다양한 부페음식 먹어치우듯이 많은 양의 서적을 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으니 내용물이 제대로 부합하여 정리되지 못한게 사실이다.

 

사실 우리의 고전 인문학이라는 분야의 그 내용에 대해 기대하는 바도 없었고, 딱딱하고 지루하여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읽기 쉬운 현대서적들을 읽었을 뿐이다. 어쩌면 고전에 대해 관심이 없는 독자의 탓 일수도 있고 그동안 고전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현재의 분위기자체가 우리의 고전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에 서로서로 반성 할 일이다.

지금이라도 <인문학의 싹>으로 일반인들이 고전을 좀 더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발전적인 일이고 감사할 일이라 책 소개글을 읽고 도착하기도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원래 가지고있던 인문학적 소양이 얕았던 탓인지 우리의 고전을 통해 접하는 인문학이 왜 이렇게 새롭고 놀랍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뭔가 정말 뜻밖이다!!창조적이다!이런 느낌이 전혀 아닌데도 새로웠다. 내가 너무 우리의 인문학을 무시해 온걸까?

<인문학의 싹>으로 편안하게 고전들을 접하면서 조선에도 철학,수학,교육,지리 등 고전이라 불릴만한 인문서들이 있었구나 문득 느꼈다. 일단 존재여부는 알지만 공부해보려 한 적이 없었는데대한 반성이 든다. 탐욕적으로 읽으려 들었던 외국의 인문서적에 대한 욕심과 비교해보니 참 씁쓸하고 빛을 보지 못하는 우리의 인문서적에 미안하다.

 

그냥 읽으라하면 지루해서 어려워서 읽지 못했을 책 들이지만 독서의 기술이 얕은 나같은 일반인을 위한 배려로 너무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고 현재에 활동하고 계시는 인문학자들의 설명을 곁들인 친절한 구성을 보여준다.

보통은 넘어서는 두께에 고전을 다룬 인문서적이라 첫장을 펼치기에도 겁이났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무겁고 어렵지 않게 설명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로가도 서울만가면 된다고 고전 원서를 읽을 자신은 없지만 이렇게 재해석한 설명들로 그 고전들을 접할 수 있었으니 어디가서 뻔뻔하게 고전에 대해 어느정도의 교양을 갖춘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로 고전에 대해 아는척 대화하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인문학의 싹>으로 싹튼 고전에 대한 관심이 곧 좀 더 심화학습을 거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도서관에서 한동안 가까이하지 않았던 인문서적들에 대해 조회부터 해보고싶다.

 

물론 인문학이란 정의하기도 설명하기도 정답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고 부족한 부분은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의 고전으로 재해석하는 인문서라니?

하지만 바로 그 시도에 무한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지금은 다소 부족할지 모르는 고전에 대한 접근이지만 이 시도가 우리가 잊고있을지도 모를 고전에서오는 깊이와 가치를 점점 끌어내 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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