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김윤희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끝이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함이고 시작이란 끝을 위한 출발이기에

책장을 덮으며 나오미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는 느낌에 내가 더 가슴이 움찔했다.

안나는 이제 긴 휴식기에 들어갔을까?

나오미의 기가 전수되어 개로서의 도전을 하고있지는 않을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여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개들과 함께 눈 속을 뒹굴며 가끔은 기적적인 상황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그렇게 순간순간의 아찔함들을 딛고 결국 홀로 북극횡단에 성공했다.

 

내가 이렇게 살았다 한들, 저렇게 살았다 한들 그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도 않고 나무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은걸까?

가슴 속에 꿈을 품은 적이 있다면 '실현'해내지 못한데 대한 스스로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죄책감이 든다.

이렇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걸 걸로 부딪히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과연 얼마나 부딪혔길래 벌써 지쳤다며 안주하려 드는건지 허탈함이 밀려와서 혼났다.

스스로에겐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텍스트를 눈으로 쫓으며 함께 모험을했다는 생각에 완주의 뿌듯함을 느끼다니 나도 참...;;

 

단련된 몸으로 횡단하기도 그리 힘든데 운동신경이 둔한 내가 자연 속으로의 도전을 꿈꾸게 할 만큼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는 거의 그저 나날의 기록일 뿐이지만 워낙 긴박하거나 위급해도 횡단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학생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가졌거나 지금 인생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이 방향으로 가고있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라는 용기와 확신을 얻은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 되었다. 자연 앞에서는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무의미한 것이니까.(물론 저질체력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빌딩숲을 지나며 사회적 정글을 체험하는 것을 떠나 직접 자연에서 겪는 경험들은 우리의 생활을 충분히 리프레시해줄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워낙 위험천만해서 리프레시가 아니라 10년은 더 늙을지도 모르지만 정신만은 새공기가 주입되어 우리들의 생각 이상으로 활성화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강도높은 자연에의 모험은 아니더라도 철인3종경기같은 스포츠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은 그저 욕심일 뿐인걸까...?

당장 하프 마라톤도 못하는 내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심을 부러워만 하기에는 아직 젊어 욕심인 줄 알면서도 꿈꿔 본다.

 

그가 실종이 아닌 자연사로 우리곁에 남았으면 더 많은 체험을 들려줄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다운 임종이라 다른 형태의 숨을 거두는 장면은 영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멋있고 그답고를 떠나서 가족들은 그의 모험내내, 실종기간 내내 얼마나 불안하고 가슴 떨었을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라 마냥 동경하기엔 역시 험난한 여정임을 실감케하니 등반이나 횡단같은 대장정은 아니더라도 강도높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늘 가족들의 염려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잘 해서 부상이나 실종, 사고 등을 최소화하는데도 신경썼으면 한다.

 

워낙 혹한의 추위에서 개들과 친목을 다질 새도 없이 모험으로 다져진 우정으로 긴 여정을 보낸 저자이기에 이렇다할 감상적 표현은 없지만 특유의 투박하리만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있어 기록만으로도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역시 편집에 있어서 극적인 상황에 대한 강조나 간간한 문학적 에피소드도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또 그 담백함의 매력도 있으니 이정도로 만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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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1-07-1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러운 서평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