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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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드>의 스토리콜렉터 시리즈1이었던 <키켄>을 접한 뒤로 그 후속편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대한 욕심이 일었다. '청춘이란 이런거야!'라고 외치는 듯 경쾌했던 <키켄>은 시종일관 가만히 있는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끔 했기에 그 후속작이 가져올 재미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장르는 다르지만 역시나 잘 짜여진 구성과 방대한 캐릭터들을 산만하지않게 묶어 전개해가는 작가의 능력이 가미되어 읽는내내 책장을 덮는게 아쉽게했다.

출근하거나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계속 앉아 탐독했을텐데 업무에 대한 책임감(푸핫!)과 어쩔 수 없는 식탐으로 잠시 쉴 때면 어찌나 손이 안 떨어지던지....!! 

 

애초에 제목을 보고 추리소설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범인을 유추해가는 과정은 가히 쉽지 않았을 뿐더러 추리하는 과정과 함께 간간히 사건과 캐릭터의 사생활로 보여지는 작가의 목소리는 새로운 구성임에 신선하다.

독일문학인지라 등장인물, 건물과 장소의 명칭이 입에 익지않아 초반엔 발음의 불편함에 술렁술렁 읽히는데 장애적 요소가 되기는 하지만 상당한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의심되는 인물들에 대한 추리에 독서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신뢰'는 어떤 경우에 가능한 것인가?

책장을 덮으며 바로 옆 사람조차 믿을 수 없게하는 작가의 구성력이 섬뜩하다.

애초에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나디야가 그 정도로 토비아스의 눈을 가릴 줄은 몰랐다.

사랑의 표현은 다양하지만 결국 나디야는 토비아스의 입장이 아니라 본인에 대한 연민이 더 컸기 때문에 그의 인생이 파괴되는 순간을 방관하고 스스로의 전망을 세워 계획을 성사시키는데 일이 어그러질 경우에 보여주는 그녀의 히스테리도 무섭지만 그런 식으로밖에 사랑을 할 수 없는 그녀에게 아주 조금은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나디야 뿐만이 아니라 타우누스의 구성원들에겐 11년 전의 사건과 관련하여 각자의 이기적이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하는 입장이 있다. 물론 그 어떤 입장도 토비아스에겐 변명거리조차 되기 힘들지만......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던 사건이었는데 집단의 응집력이 모였을 때 어떤 반응력이 나올지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으며 폐쇄성이 보여주는 위험을 체험할 수 있다.

 

개개인의 동기는 단순하지만 그것들이 집단을 이뤘을 때의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는 다소 어이없는 동기까지 합세한 집단적 모의에 한 개인의 인생과 그 가족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결과적으로 빼앗긴 재산이야 반환받는다는 의미를 넘어설 정도로 막대한 상속을 받는 토비아스이지만 빼앗기고 망가진 10년은 어떻게 보상받는단 말인가? 가족들은? 정신적인 피해는?

 

범인이 한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무섭진 않았을까?

아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집단이기주의의 한 형태를 보여주며 무섭다기 보다는 마을 구성원들의 징그러울 정도의 그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소집단을 예상하던 나였으나 너무 광범위한 그 세력에 놀라 책을 덮으면서 토비아스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트라우마로 작용할 인간관계에 대한 부작용을 생각하니 소설 속 캐릭터임에도 한없는 연민이 느껴진다.

    

백설공주를 질투할 수 밖에 없었던 왕비가 불쌍하긴 하지만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사고했더라면 왕비의 인생자체가 불쌍하진 않았을 것이다.

순탄한 가정을 바탕으로 외모부터 성적에 이르기까지 최고에 자리하는 토비아스를 질투했던 친구들, 마을 사람들.

평소의 피해의식이 도화선이 되어 개인들의 다양한 동기를 만나 집단이기주의로 폭팔해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한 것도 모자라 10년 후에 다시 재현이 될 뻔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늘 공평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적의를 품게 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 적의를 표출한다면 사회가 유지되기 힘들겠지.

누군가는 느끼는대로 적의를 표출하겠지만 누군가는 사고의 전환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본인에게 좀 더 나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인간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윤리적의무와 책임을 바탕으로 이기심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사람과 짐승이 구별되는 특징이 아닌가?

관점이란 스스로 잡아가기 나름이다.

본인이 불합리한 입장이라 생각된다해도 긍정적인 부분에 관점을 둔다면 그 질투심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뿐더러 개인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보여지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얘기였지만 작가가 하려는 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자기연민에 앞서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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