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
브루스 파일러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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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이기에 가능했던 상상력의 결과물인걸까?

부르스 파일러는 자신의 죽음에 앞서 눈앞의 예쁜 딸들을 위해 앞으로도 본인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충족시켜주지 못함에 안타까워하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마련한다.

바로 자신을 온전히 대신할 순 없겠지만 그 역할을 틈틈이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딸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도 한사람이 짊어지기엔 버겁기도 하고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제대로 이뤄지지않을 것임이 분명하여 여섯가지 성향의 스스로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한 것.

 

편모슬하에서 자라게 될 아이들을 걱정하는 임종 직전의 아빠들은 많지만 지금껏 그 역할을 분담하여 부탁하는 아빠는 없었다.

특히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부모라는 역할에 큰 의미를 두는 동양에서는 그래서 시도조차 없었는지 모르겠다.

대부,대모라는 개념은 있지만 한 사람을 대신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특징들을 세분화하여 준비했던 적이 없었는지라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에서 보여지는 부성애의 표현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리라.

 

젊음은 한 개인을 유한성과 다양한 성공가능성을 부여하기에 자신감과 활력을 발산하게 하지만, 한 개인이 '죽음'이라는 문제에 당면해서는 한없이 초라해져 그때서야 자연과 세상의 거대함을 느끼게 된다. 인생의 끝을 준비해야하기에 초라해지는 것인지 본인의 초라함을 느끼게 되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거대하고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할지라도 남은 시간이나마 지금껏 돌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선물로 보낼 수 있을 것인지, 남은 시간마저도 낭비하게 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이라는 공포에 맞서기 전에 부르스는 본인의 삶에 대해선 충분히 감사하여 본인의 삶의 유한성에 대한 안타까움에 가슴아파하기 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은 소중한 딸들의 남은 인생에 본인이 필요할 순간들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을 택했다.

부모란 절망의 끝에서도 본인보다 자식을 더 생각할 수 밖에 없나보다.

자녀가 없는 나에게도 부르스의 선택에 우리들의 부모님들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같은 느낌이 들었다.

 

딸들이 앞으로 겪게될 다양한 인생에 대한 준비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부르스는 딸들로 하여금 본인의 역할에 대한 되새김질과 인생에 대해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워낙에 단조로운 인생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걷는자'이기에 그만큼 추억과 경험이 풍부하여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어야 할 인생담이 남다르다. 그의 인생에 대한 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땠을지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는 계기는 썩 유쾌하지 않지만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라는 결과는 우리에게 다방면으로 감동과 동기를 부여한다.

 

삶은 참 감사한 일이지만 앞만 보고 걷기엔 주변의 눈부심에 가끔 방향을 잃게 된다.

이런 방황 중에 <아빠가 선물한 여섯 아빠>는 부르스의 부성애의 표현에 대한 감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와 감사하는 마음을 갖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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