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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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 새삼 화려할 필요도 없지만 유독 단맛보다는 구수한 맛이 강한 목성균선생님의 '누비처네'.

그의 인생처럼 문장도 세련됨이나 수월함이 느껴지지않는 탓에 읽는데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쉬이 읽히지 않아 일요일을 온전히 목성균의 목소리 속에 부유하도록 했는데 바로 그 점이 '누비처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편리한 주방기구들을 버려두고 과거의 추억인지 짐인지 모르게 남아버린 가마솥으로 손수 지어준 밥을 먹은 느낌이니 그 정성을 읽었다고 생각하면 '누비처네'에 들이는 독서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일이 모은 땔감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옆에서 간간히 불씨가 꺼지지않게 봐주며 장독에서 묵은지를 꺼내 구운김, 간장과 함께 내어 준 듯한 그 수필을 대하는 마음이 경건해진다.

빌트인으로 효율성과 디자인을 높인 도시적인 주방에서 밥을 먹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그 식사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낄 새가 어디 있겠는가? 다소 불편하지만 식후에도 여운이 남을 정도가 되며 몇년이 흐른 후에는 추억으로 상기되기도하는 저녁식사같은 독서를 할 수 있어 좋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인생에 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해주고 있지만 그 은근한 단조로움 속에서도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는데 전체적으로 꾸밈없으려는 표현력에 힘입어 더 강한 빛을 내뿜은 은하수같은 역할을 하고있다.

글로 말하는 사람이다보니 텍스트에서 진한 물기가 묻어나기도 하고 가슴벅찬 감동을 전해주기도 하는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너무나도 빠르게 살아오느라 잊혀진 '정'에 관한 추억들이나 그에 관련한 소품이나 상황들을 공유할 정도의 동년배는 아닌지라 공감하는 능력은 클 수 없겠지만 시간의 소중함과 '정'에 대한, '자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들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누릴만큼 충분히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있는 지금 목적의식에 고취되어 소중히 여겼어야 할 자연에 대해 너무 소홀했었음을 깨닫고 회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있는 만큼 그 의미가 더 크다.

 

목성균선생님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현재의 가슴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비록 과거의 구구절절한 사연 속에서도 추억하기에 아름답고 힘들었을 당시에도 그 삶이 아름다움을 알았다.

수필가는 직업적 필요에 의해 본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눈을 뜨고있다고 다 깨어있는 것이 아니고, 숨을 쉰다고 온전히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온전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며 정비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사회에 준하는 규정에 끼워맞춰 사는 것도 인생에 대한 아까운 낭비일진데 '나'를 잊고 남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느라 남의 인생에 대한 속도에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사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늘 일기를 쓰며 사는 덕분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문필가의 깊이엔 못당하겠다.

하지만 그 일기가 나의 영적인 부분을 얼마나 토실토실 찌워주는지 모른다.

오늘도 이렇게 '작품'을 만났음에 감사하며 일기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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