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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 1 - 막걸리 이야기
박기홍 지음, 최미르 그림, 박록담 감수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겉모습은 왠지 술에 대한 아저씨의 멘트가 녹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펼쳐보니 만화책이었다.
두께가 얇아서 저녁을 먹는 동안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와인을 주제로한 만화가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국내에서 그 원작을 토대로 한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었지.
술을 못하다보니 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지만 가양주(<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에서 집에서 담근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는 것을 배우자마자 써먹음)는 예쁜 과실주들이 있기에 관심이 있었다.
특히나 예쁜 용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크리스탈과 어울리는 과실주들을 보며 마시지도 못하면서 늘 담그고 싶었다.
게다가 막걸리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에는 자세히는 몰르지만 문화라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를 보니 막걸리를 빚으려면 새로 배워야하고 느껴야하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난 막걸리의 기본인 누룩에 관해서조차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나야 애초에 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치고
지금 내 또래의 사람들 중 막걸리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즐겨마시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일단 내 주변엔 없다.
있다고해도 등산하고 내려와서 이벤트성으로 마시는 정도?
이런 전통주에 관한 무관심을 염려해서인지 저자는 전통주라고 무겁게 접근하는게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20대를 보냈지만 타성에 젖어 여전히 시야가 협소한 32살 공희주의 시선으로 막걸리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허술하고 기존의 습관적인 문화를 소비하는데 별다른 변화없는 30대의 무지한 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일깨워주기 위한 설정인 듯 싶다.
단순한 음주문화를 넘어선 전통문화이기도 한 것인데 술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인지 양주나 와인이 가진 세련됨의 포장이 없기 때문인지 그 맛과 전통에 비해 너무 소홀히 여겨진 것 같다.
책에서도 소개되듯이 시중에 나와있는 막걸리의 숙취문제도 있는 것 같고.
제대로 된 막걸리라면 숙취라는 말과는 인연이 없어야 하는 것인데 주류업체가 이윤만 추구하느라 그 상품성에만 주목해 맛과 향만 쫓아 막걸리의 핵심인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드는 작업을 뒷받침 해주지 못해 막걸리에 관해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를 작업했음이 녹아난다.
작가의 전통주에 관한 자부심, 또 그가 잊혀지고 왜곡되는데 대한 안타까움, 전통주를 계승하고 즐기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무관심까지 더하자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펜을 들었구나 싶더라.
그림체가 전체적으로 길쭉하니 시원하지만 왠지 캐릭터에 맥아리가 없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군더더기 없이 경쾌한 선으로 이어나간 그림체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인물표현을 과도하게하지 않고 담백한 선으로 그려나가 막걸리가 가진 소박한 맛과 부합하여 막걸리에 관련한 캐릭터들을 잘 살려주고 있는 것 같다.
단편이 아닌 장편인 관계로 할머니의 이념이 녹아든 막걸리에 대한 희주의 관심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찰나에서 끝이 난다.
너무 빨리 1권이 끝나버린 아쉬움에 저녁을 먹다말고 반찬을 집으면서도 왠지 헛헛하여 입맛을 다시게 됐다.
희주와 막걸리의 비현실적인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누룩의 이미지와 소리들에 대한 표현이 따뜻해서 우풍이 도는 거실에서도 나도 모르게 포근함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파묻게 된다.
앞으로 전개 될 과정에서는 어떤 표현과 구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리도 없고 마감의 부담에 스트레스가 심해 지칠텐데 더운 여름을 지나서까지 작가가 건필해주었으면!
도입부분부터 지루함이 없이 호기심을 끌어올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1권.
시작부터 막걸리에 대한 왜곡을 잡아주고 그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앞으로는 스토리가 전개될 수록 갈등을 빚고 긴박감을 유발할지 기대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