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넘기기 전에도 평소에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여유로움을 가지지 못한데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읽는 순간순간과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가치를 찾아주지는 못할망정 잘못했으면 소멸했을지도 모를 분야에 대해 생각하니 아찔할 정도다.

 

첨에는 간결하지 못해서 제목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누가 되었든 제목없이 읽었다면 이 표제를 붙여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이 단정히 들어선 표지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냥 미안해서도 안된다. 너무도 미안한 것이다.

외적인 심미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과 조상들의 정신을 고스란히 품은 기품을 간직한 그 아름다움을 몰라봐주다니 말이다. 빠른 경제&문화성장을 외치며 무분별하게 외래문화를 흡수하고 전통을 소홀히여기며 경시했던 사회풍조 탓으로 돌리기에도 고등교육을 기본으로 받을 수 있는 세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글귀하나, 사진하나 그 어떤 것도 허투루 지나갈 수가 없다.

장인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그 작품들은 실물이 아닌 사진에서도 그 존재의 부피감을 마구 발산하고 있더라. 아름다움을 넘어 조상들의 정신을 담고있는 그 작품들은 사진으로도 그 기품과 가치를 고요히 뿜어내고 있는데 실제로봤을 저자는 그 감동에 감화되어서 인지 글자 한자한자에도 작품과 장인정신을 대하는 진심이 보인다.

 

저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젊은데 아직 30이 채안되었지만 경박스러움이 없이 진중하고, 또 나이에 맞게 경쾌함도 지니고있다.

장인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친척언니의 편지를 읽는 듯한 자연스러움과 친근함이 베어나와 책으로 우리나라 문화재를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겨울날 사진을 건네받으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어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이 주는 두께에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문화재를 소개하면서도 저자의 문학적인 표현들이 곳곳에 베어있어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는 맛에 감성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

작가의 이런 역량이 아니면 짧은 표현력을 지닌 내가 어찌 그렇게 다양하게 감동을 하겠나!

 

소개되고있는 문화재들은 '시간이 없어서' 관심을 갖지 못했다기엔 민망할 정도로 우리 생활 곳곳에 생활용품으로 함께하고 있었다. 의,식,주,가로 나누어 소개하는 관계로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것'들인데 그저 서구의 세련됨과 새로움을 쫓아 표면상의 아름다움 이상이 주는 전통의 깊이를 멀리하고있던 자신을 반성해본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큰집에가면 접할 수 있던 소품들도 있었는데 어째서 그 아름다움들을 무시하고 지나쳤는지 모르겠다.

 

우리 것이라면 외래의 문화보다 좀 투박하고 소박하다는 인상만 강했었는데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에서 보여지는 그 정신과 미가 주는 감동이란 내 얕은 표현력으로 풀기엔 미안할 정도이다.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단아한 아름다움과 자연에 대한 어울림, 여유와 배려까지 아우르는 정신까지 모두 포함한 문화재들은 눈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감동을 표현하기 조심스러울 것이다.

 

생활유지에 급급하던 시절 '빨리빨리'풍조에 젖어 빠른 성장을 했던 그만큼 빠르게 우리 전통이 가진 고귀함도 쉽게 잃어버렸구나 생각하니 지금의 경제적 문화적 풍요로움이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다.  아무리 급해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결코 잊어선 안되는 것들,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하는 문화들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잊어버리다니...

 

하지만 시드페이퍼와 저자와 같은 분들이 전통의 소중함에 대해 일반인에게도 자꾸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행보 중 하나인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만 보더라도 앞으론 물질적 풍요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국민들이 많아질 것임을 기대해본다.

 

수록된 사진들과 설명들을 한번읽고 덮기엔 매우 아까운 책이니 가까이두고 가족들이 나누고 친구들이 나누며 두루두루 읽히고싶은 책이었다. 정신적 소양을 살찌워주고 소장가치까지 다분한 책이라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가격>의 책이다.

문득 우리의 문화재들을 탐방하는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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