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소녀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 / 리잼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냥 편한 맘으로만 읽을 수 없었던 소설책이었다. 여러 단편을 엮은 책으로 표제로 채택 된 민들레 소녀를 제외하고는 저자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기인한 풍자가 대부분이었는데 공상과학 장르라고는하지만 너무도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 섬짓한 마음이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짧은 단편들을 모아놔서 금방 읽힐 것 같지만 작품이 내재하고 있는 상징성들을 음미하고 파악하느라 술렁술렁 읽을 수 없다. 특히나 나처럼 변덕이 있는 독자는 1번, 2번, 3번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무엇을 상징한 것인지 모르고 지나친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표지와 제목으로 그 몽환적인 느낌이 소녀적 감수성을 떠올리게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사회적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작가의 역량 덕분에 곳곳에서 고전 시인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짧게나마 접할 수 있으며, 내용 사이에 시적인 표현력이 존재하고있어 미래사회에 대한 경고성을 담은 구성 안에 서정성을 부여하였다. 그런 시적 요소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나 상징들이 내포하는 와중에도 책을 쉬이 덮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이유로 절대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선견지명있는 지식인들의 사상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을 위한 논문형식은 전문적이고 농도는 깊지만 정작 받아들여야하는 대중들과의 소통이 어렵다. 저자 역시 일반 대중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코드를 가지고있진 않지만 '소설'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경계해야할 부분들에대해 경고하여 대중과의 소통을 유연하게 한다.

 

내용만 보아서는 공상과학소설이다싶게 상상력을 부추기고있다. 그렇다고 공상과학이라하면 헐리웃의 거대한 SF영화의 화려함보다는 일상과의 긴밀함을 보여주며,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조차 아기자기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아예 새로운 과학상의 공간에서 큰 스케일을 도입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변화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여 붕~뜨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래서 문장을 즐기며 읽고있다가도 미래를 향한 경고에 순간순간 가슴이 뜨끔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클라나드'에 소개 된 '그제는 토끼를 보았어요, 어제는 사슴 오늘은 당신을'이라는 구절로 국내에서도 관심을 받아서 인지 표지띠부터 클라나드라는 애니메이션으로 홍보효과를 보려한 것 같은데 굳이 그 애니메이션에 기대지 않았어도 홍보하고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넘친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으로 관심을 가진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그 외의 독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지는게 안타깝다. 나역시 그 문구자체에 끌렸을 뿐 애니메이션을 통한 소개에는 관심도 가지 않았기 때문.
 

개인적으로 그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 표지띠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고, 오히려 그 구절이 눈에 들어와 그 구절만 띄워 짧고 강하게 홍보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민들레 소녀'뿐만 아니라 함께 수록 된 단편들 하나하나마다 인상깊은 서정적 문장들이 많이있기 때문에 '클라나드'라는 애니메이션효과를 배제했을경우 어쩌면 표제며, 홍보문구를 정하는데 더 애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서 상상력에 더해지는 서정적인 표현에 담긴 사회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특징을 부각시켜줄 수 있었을텐데...

 

넘치는 정보만큼 다양한 사상과 표현들로 넘실대는 서점 속에서도 단연 으뜸이 되는 것은 고전주의작가인 것은 왜 일까?

내 전공에서 새로움을 개척하겠다고 아예 동떨어진 공간에 작품을 지을 순 없는데, 의욕이 앞서다보니 근본을 잊거나 파괴하는 경우가 많아서일 것이다. 로버트 F.영은 공상과학소설을 쓰면서도 화려하고 과함이 없지만 부족함도 없이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밀려오는 설레이는 감정의 변화를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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