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장소란 어디일까?

내가 살아가는 세계는 과연 내가 상상하는 만큼의 고정된 범위인가?

안전하거나 불안하거나, 그 위험의 정도를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안에서 나는 제대로 눈을 뜨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혹은 타인의 공간과 그 삶의 방식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룸>을 통해 엠마 도노휴는 우리에게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자기중심적사고를 꼬집고 있다.

 

밀실감금 속에서 폭행이 자행된 현장을 접할 때 우리는 보통 자극적인 가십거리의 소재를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그간 보여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다는 작가답게 엠마 도노휴는 충격적인 실화를 토대로 자극성으로 구성하는 잔인함대신 작은 공간에서 서로를 지켜주며 숨막힐 정도로 '작고 위험한 공간'을 정이 넘치고 상상력을 동원하는 '거대한 동화 속 세상'으로 변모시켰다. 그 전엔 엠마 도노휴의 작품을 접한적이 없지만 <룸>을 통해 그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어 다른 작품들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그려냈을지 기대가 된다.

 

엄마는 납치당했을 당시 학생이었고, 성인이긴 하지만 상상도 못할 폭력적인 범죄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만큼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공간 안에서 좌절과 자포자기로 인생을 마감하기 보다 아들 잭이라도 지켜내야겠다는 의지로 결국 두 모자 모두 구원받을 수 있는 계획을 성공시켰다.

또 본인에겐 괴롭고 힘든 공간이긴 하지만 잭에게만큼은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의 전부인 '은신처'로 만들어주기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으로 언어적, 감성적 발달을 이끌어낸 것으로 그녀의 모성애를 통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자녀를 향한 조건없는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잭이 없었다면 그녀는 아직도 엄마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아직 사회에 갓 발을 디뎌 다른 남자와 사랑을 하는 중이거나 막 결혼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젊다.

그런 그녀에게 잭은 끔찍한 추억을 안겨준 증거일 수도 있지만 그런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을 뿌리치고 오로지 아이자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녀의 친아버지가 보여주는 아이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반적인 주변의 시선일지라도 엄마는 아이를 바라봄에 있어 다른 모든 상황들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보통 엄마 이상의 애착관계를 보인다.

 

그렇다고 그녀의 아버지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본인의 사랑하는 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건의 증거이자 다소 딸 인생의 장애로 나타날 개체인 것이다.

<룸>에서 보여지는 그들 각자의 입장과 행동들이 상처를 아물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처를 터뜨리거나 새로운 상처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잭은 태어나면서 부터 온전히 <룸>이상의 세계는 기대해 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다.

성인으로 성장해서 <룸>에서의 생활이 본인에게 얼마나 성장에 장애가 되었는지 깨닫게 되겠지만, 사랑하는 엄마와 많은 활동과 상상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그리움'과 같은 기분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끔찍하지만 그 헛간 안이었기 때문에 오로지 엄마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고 보다 많은 소통을 했으니까.

 

엄마의 노력으로 올드닉으로부터 지켜지며 헌신적인 사랑으로 보호받고 컸지만, 잭 역시 엄마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존재 자체로 엄마에겐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고, '룸'을 끔찍하게 여기지만 여전히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현장과 맞닥드리게하고 천천히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안녕"하게 도와준다.

잭은 실질적으로 헛간에서 엄마를 탈출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탈출까지 성공시킨 것이다.

용감한 잭! 현명한 잭!

 

그들은 랩스타처럼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사회의 부담스런 시선들로인한 부작용 겪었고, 앞으로도 완전히 해방될 순 없겠지만 둘이니까 괜찮다.

엄마와 잭이니까. 지금처럼 엄마는 엄마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잭을 위한 환경을 새롭게 형성해주고, 잭또한 엄마와 사랑을 듬뿍 주고받으며 생활하면 된다.

하지만 이들이 극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역시 주변에서 좀 더 세심하고 따뜻하게 이들을 대할 필요가 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덤덤하게라도 대하거나.

 

우리는 제3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언행에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말을 한다.

충격적인 상황을 접했을 때 사람은 사회적 통념, 윤리 등을 고려하고 행동하기 힘들며, 외부에서는 피의자에게 강요하거나 기대이하의 행동을 했을 때 비난할 자격은 없다.

그들의 불행을 티타임의 쿠키정도로 여긴다해도 제재할 순 없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있을 측은지심으로 그들의 상황을 흥미로운 기삿거리로만 접할 것이 아니라 그 시선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격을 가진 존재라 할 것이다.

 

엠마 도노휴. 이 놀랍도록 따뜻한 작가는 충격적인 실화를 아이의 눈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엄마의 모성애에대한 표현이야 그녀가 아이엄마이기에 표현이 풍부할 수 있었지만 아이의 시선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술했다는건 아이들의 입장에 서보려는 그녀의 부단한 노력과 순수함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완전히 이해하긴 힘들지만 상대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는데 소설만큼 효과적인게 어딨을까?

다가오는 연말연시엔 소외된 이웃들에게 평소이상의 친절과 호의를 보이게 된다.

그 순간에도 자기중심적 호의가 아니라 그분들의 입장에 서보려 노력했을 때 그 친절과 호의는 온전히 전해질 것이다.

 

남을 이해하는 것은 늘 힘들지만 올겨울 <룸>으로 잭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랑과 타인에 대해 배워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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