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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쇼퍼 - Face Shopper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1월
평점 :
방송작가로서의 역량일까?
순수문학은 그 진득함대로 매력이 있다면, <페이스 쇼퍼>는 군더더기없는 경쾌함으로 스토리전개를 빠르게 이끌어감으로써 지루할 새도없이 읽힌다.
그림이나 음악이 그 예술가의 성향을 담아내고, 연기자는 본인의 성격이 부여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처럼
정수현작가의 주인공들은 겉모습은 쿨~한 도시적인 이미지로 자칫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속은 참 여린 캐릭터다.
작가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작품 속 주인공들의 감정상태들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정수현작가도 실제적인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사실감이 느껴진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어 말투와 감정들이 주인공과 독자를 더 친밀하게 느껴지게 하는 탓인지도 모르지...
독서를 하다보면 참 신기한 것이 번역서는 번역가의 목소리가 느껴지고, 원서는 작가의 모습까지 그려진다.
(그래서 원서를 읽고싶지만 외국어가 부족함이 너무 안타깝다;;)
정수현작가를 보면 신기한 것이 일반적인 연애소설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재를 갖다 쓰면서 다소 식상함을 느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늘 담백하게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빵이나 디저트류로 치자면 화려한 생크림이 발린 컵케잌, 폭신폭신한 쉬폰이나 부피큰 빵, 광택나는 캐러멜시럽으로 코팅 된 파이 보다는 크로캉이나 다크초콜릿처럼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먹었을 때의 감동을 더 크게 주는 사람인 것 같다.
나만의 착각이긴 하겠지만 일상적 소재로 전개하면서 나오는 책마다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며 그 내용또한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으니 작가역시 외관보다 내면이 더 다양한 모습을 지니지않았을까하는 기대가 인다.
특히나 '성형'이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한참 되어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어떤 방향으로 표현을 할지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의견의 소지가 분분할 소재지만 소재가 불러오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 어느 한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칼럼을 쓰듯이 본인의 생각을 담담히 들려주며 연애소설답게 달달히 마무리하는 그 센스라니...!
게다가 문장도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는지 <페이스 쇼퍼>는 한결같이 군더더기 없이 더함도 덜함도 없는 깔끔한 문체로 씌여져있어 읽으면서 내내 '세련됨'이란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응? 그럼 센스있는 표현력은 필러라도 맞은 셈인가?ㅎㅎ)
전에없이 최근엔 우리나라 신작 문학작품들을 접하고 있는데, 넘치는 표현력으로 한문장한문장 시종일관 눈길을 끄는 화려한 비유와 표현을 곁들인 소설에 감탄하지만 곧 넘쳐서 그런 비유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페이스 쇼퍼>는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문장과 적재적소의 유머스런 비유들이 잘 조합되어있어 작가의 표현력과 균형감각을 한껏 뽐내고 있다. 칙릿소설로서 가볍고 경쾌지만 절대 경박하지않은 부피와 무게를 지니고 있다.
소설이란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면 결국 작가가 부여한 의미를 온전히 발휘할 수 없어서 누구나 함부로 쓰기 힘든 것.
재밌고 발랄해서 진득함이 묻어나는 소설이 취향인 사람에게 기대하고 보라고 할 순 없겠지만, 편하게 읽힌다고 결코 게 볼 수 없다고 권해줄 수 있는 책중에 하나이다.
또한 작가가 젊기 때문인지 책에서 촉촉함이 느껴질 정도의 젊음을 느껴보시길!
자기계발서, 윤리경영과 식품윤리, 환경에 대한 독서로 군기가 바짝 들었던 뇌에 잠시나마 휴식을 줄 수 있었다.
<페이스 쇼퍼>가 주는 문장에서 오는 영상미와 속도감있는 전개에 일상에서 오는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텍스트의 힘을 빌려 잠시나마 잊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음과 모음은 어떻게 자기만의 개성을 표출하면서도 대중성을 잘 반영하는 작가들을 잘 찾아내는지모르겠다.
다음엔 어떤 소설을 갓 구워내 따끈따끈하게 읽게 해 줄지 이제 출판사만 보고도 작품에 대한 기대가 인다.
이러니까 꼭 내가 윤간호사가 된 기분이다.ㅎㅎ
참...요즘 세상은 홍보를 위한 게시글들도 많아서 넘치게 과한 내 감정을 쓰기엔 다소 조심해야하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