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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식 Go!
정허덕재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부터 소설이라기 보단 코믹만화를 떠올리게하는 <고!황식!GO!>.
물론 소설의 형식을 띄고있긴 하지만 캐릭터설정이나 내용의 흐름, 주인공들의 입담이 왠지 스포츠신문에 연재되는 유쾌한 만화를 떠올리게한다. 뇌의 휴식 후 책을 읽을 준비를 따로하지 않아도 되는, 오히려 별 생각없이 집어들어 훌훌 넘기며 뇌의 긴장상태를 풀어주는 편안함을 주는 책이다.
구김살은 입담으로 펴라!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도 느꼈지만 한심한 인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그런사람 일상에선 찾을래야 찾기도 힘든) 주인공들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한계가 느껴지는 현실에서 연일 긍정적인 성격 탓인지 입만 살아서인지 표현력 풍부한 입담으로 유쾌함을 배가시켜준다. 배우고싶을 정도로!
가족 중에 이런 인물이 있다면 한숨만 나오고 그 부모야 속이 터지겠지만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좋고 편안하고 즐거워서 가슴을 두드리다가도 결국엔 웃게 될 것 같다. 친구나 이웃으로서는 몸에 밴 뻔뻔함 때문에 때려주고싶을 정도로 얄밉겠지만 그 또한 기분좋은 사람이라 연락을 끊을 수 없이 계속 곁에 두고싶을 사람이다.
주인공이 처한 현실의 사회는 곧 지금 내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고뇌할 수 밖에 없는 어두움 일색이다.
소제목으로도 나오는 풀릴만 하면 꼬이고, 뚫릴만 하면 막히는 대부분의 20대 초반들은 소설에 대한 소개글만으로도 숨이막혀 책을 손에 집기도 싫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또 백수이야기, 못난 자화상을 보는 느낌일텐데 굳이 또 자학을 깊이하고싶지 않은 것이다.
나 역시 입사지원서를 넣던 시기, 입사초기, 입사해서 잘 해보겠다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멋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던 때는 모든게 하려고만하면 안되는 것 같아(특히 나만 더 안되는 것 같은 그 느낌!) 얼마나 좌절을 했었는지 모른다.
넘어지면서 생기는 생채기들이 당시의 나를 성숙시켰다는 말을 하고싶은게 아니다. 그렇게 다칠 수 있었던게 바로 내가 자꾸 뭔가를 해보려했던 성실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더라는 말을 하고싶다. 이젠 일욕심 안부리고 일에 치이고싶지 않아 편안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열정이 사그라들었다는 생각에, 이젠 성공이 눈에 보여도 잡을 수 있는 기회 보다는 일상의 평온함을 요하는 마음에 후회는 없지만 살짝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순수하고, 뻔뻔하고, 행동력 강하고, 무때뽀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않고 약삭빠른지 모르겠다. 좋지 못한 스펙으로 입사에서도 밀리고 집안환경도 안좋아도 살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만 있으면 고통스럽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갑작스레 여의고, 어머니는 살아는 계시지만 의사소통이 안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이라 늘 주인공에 빙의되는 나는 숨이 막히고 고통스러워서 참기 힘들지경인데 정작 황식이는 늘 허허실실 뻔뻔할 정도로 친구와 이웃, 친척에게 빌붙어 지내면서도 기죽지않고 당당하게 할말 다 한다.
황식은 너무 밝기만 한것 같은데...아픈 엄마를 두고서도 눈물을 짓기보단 한순간이라도 좋은모습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어서 일부러 생활의 모든면에서 밝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왠지 가슴이 더 짠하기도하다.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면 정말 행복해지는 법!
현실에 절망하기 보다는 희망을 쫓아 긍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일까?
엉망진창인 현실에서 얼렁뚱땅 살아가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주변의 좋은 지인들과 아옹다옹사는 모습이 예쁘다.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다. 면접에서 떨어져서 울상 짓는다고 떨어진 회사에 붙여지지 않는다. 그 시간에 친구라도 불러내어 황식처럼 뻔뻔하게 술이라도 사달래고 풀어버린 후 도약에 더 시간을 투자하자.
입사를 했어도 쥐꼬리만한 초봉때문에, 생각과 다른 업무성격에, 다양한 인간유형의 선배나 동료들에 스트레스받을 것 없다.
안 힘든 일은 없고, 이상하지 않고 불합리하지 않은 회사 또한 찾기 힘들다.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우리의 자화상 황식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