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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 버럭엄마의 독박육아 일기
이미선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7월
평점 :
엄마가 되면 가장 시급한 것이 퇴근인 것 같다.
오죽하면 육퇴의 시간에 따라 엄마들의 부러움이 자아질까!
꼭 육퇴 후에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있지.
낮 동안의 피로를 그 맥주 한 잔에 풀어버리는 거다.
나처럼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그 마저도 방법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어디로 나가야 하는 지도 잘 모른다.
아이의 웃음에 함께 날려 보내기에는 부족하다.
저자는 워킹맘이긴 하지만 에디터인 덕분인지 엄마들의 다양한 입장에 대해 망라하고 있다.
덕분에 인간이다 보니 나와는 확연히 다른 성격이 느껴지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가장 공감이 갔던 건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는 아이는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냐,
아이를 출산한 부부에게는 하나는 외로우니 하나 더 낳아야 하지 않냐,
아들이 없는 가정에는 그래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하지 않냐,
딸이 없는 가정에는 딸이 있어야 집이 즐겁다는 둥~
대체 애를 몇을 낳으라는 건지 오지랖이 끝도 없는 요즘;;;
나도 저자처럼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된다면 애는 안 낳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낳으면 알아서 큰다고? 혼자? 신생아가 혼자 큰단 말은 못 들어봤는데;;;
뉴스에서 철없는 부모가 어이없이 애를 보낸 거 보고 혀 찰 시간 있으면 함부로 애 낳으라마라 하지 말라고 말 해주고 싶다.
준비가 안 되면 출산은 안 된다.
생명을 두고 경박하게 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
무엇보다...국가에서 권하는 건 노예생산의 의미뿐이라서 더더욱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 하나 공감이 컸던 건 바로 맘충이란 단어에 대한 확산에 대해서다.
처음에는 그저 개념 없는 엄마를 이르는 말이었는데...
어느새 애엄마는 전부 맘충 용의자가 됐다.
엄마가 애를 카페에 데려가면 맘충,
아빠가 애를 카페에 데려가면 라떼파파.
엄마의 경우에는 남편 돈 까먹으러 간 거고, 아빠가 데려가면 다정한 것이라는 거지.
아...요새는 엄마가 경제활동 하고 아빠가 육아를 하는 경우도 있건만...
세상은 변하고 있어도 우리의 고정관념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사건이 생기면 “애엄마는 뭐했대?”그게 일반적인 반응이니까.
최근에 ‘아내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진화가 일 하러 나간 함소원 대신 종일 육아를 했나보다.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역에서 기저귀를 간 거 보고도 말이 많았다.
그 행동에 대해 아무래도 안쓰럽고 대견해 하는 견해와
여자가 그랬으면 십중팔구 ‘지하철 민페 맘충’ 등극이라는 것.
난 그 프로그램은 보지 않았지만 그 기사를 보고 함소원이 대단한 역할을 자처했구나 싶다.
예능 프로그램 성격상 있는 생활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입히는 건 당연하다.
그 와중에 작가가 일부러 함소원 부부를 남녀 역할을 다르게 입혔다.
당연히 가부장적 가장의 역할을 보여준 함소원도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느끼기를 바라고 그 역할을 자처했겠지.
그리고 원래 중국은 남자가 집안일을 대부분 도맡아 한다.
그러니 진화의 역할이 자연스레 주부 쪽으로 입혀졌던 것이겠지.
어차피 사람 써서 집안 일 하겠지만 그 프로그램에서는 남녀의 성만 바꿨을 때 보여지는 차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가끔 조선TV에서는 뜨악한 방송이 나오긴 하는데...
아내의 맛도 그리 권장할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일부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죽자고 달려들어 댓글을 달면서 열변을 토하는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게 작가의 능력이니까.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에서는 워킹맘, 가정주부 할 거 없이 폭넓은 공감을 끌어낸다.
아무래도 작가가 기자출신이라서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이해가 깔려있겠지.
요즘 유명한 연예인의 이혼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한 번 결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혹자는 ‘역시 애가 없어야 해!’라고 하더라.
애가 없으니 자유롭게 이혼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애가 있으면 좀 더 깊게 생각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의 문제는 부부 밖에 모르는 것이지만 늘 좋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몇 번의 고비가 올텐데...
그 때마다 갈라서겠다는 생각까지 치달을 수는 있지만 조금씩 자신을 깍아 상대와 어우러지는 과정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쪽이 전혀 변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힘들겠지만;;;
저자도 말 하듯이 아이는 우리를 참 힘들게 하는 건 맞지만...
결국 아이 덕분에 웃고 사랑도 더 배워가는 것 같다.
나도 지금은 육퇴를 부르짖는데!ㅎㅎㅎ
아이가 다 크면 좀 더 안아줄걸~좀 더 놀아줄걸~후회하겠지.
나이 들면 후회하는 일투성인 거 같다.
내가 이 때 충분히 놀아주지도 못 해놓고 나중에 애들이 잘 안 찾아주면 서운해할테고;;;
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인데...;;;
아무리 힘들어도 역시 지금이 최고다.
독박육아가 길면 정말 인간이 독해진다.
차라리 신랑 수입이 줄어드는 한이 있어도 함께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게 낫다.
신랑과 비슷하게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는 편이 아이의 정서에도 좋을 것이고.
물론 이것도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지만.
일단 우리는 큰 벌이는 없지만...
대신 아빠의 칼퇴가 가능한 직장이라는 것에 만족한다.
잘 놀아주는 아빠는 아니지만~적어도 아플 때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아빠니까.
육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부부의 시간이 더 의미 있을 듯.
엄마들도 너무 사회적 관념에 얽매여 눈치만 보지 말고
남편에게 본인의 힘든 부분을 터놓고 분담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혼자만 노력해서는 좋은 엄마가 되기 힘들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해야지.
물론 그 조차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
좀 부족하면 어때?
원래 창조는 부족함의 인지에서 오는 것.
아이를 능동적으로 키우는데 도움이 될 거다.
어떤 면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정해진 엄마의 틀에 끼워맞추느라 고생하지 말고~
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가면 더 안 좋으니 역할은 적당히~말은 다정하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