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학 불교학과 - 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정상교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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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대학 불교학과”라는 제목은 신선한 느낌이 든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같은 뉘앙스라고나 할까. 아마도 불교학이라는 낯선 학문에 열정을 불태우는 착하고 순수한 청춘들이 때로는 연애도 실패하며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도쿄대학에서 저자가 공부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예전에 도올이  일본에서 공부한 스케치를 방송에서 들려준 적이 있는데 그 정도의 모습이다. 저자는 30대초반에 금강대학교에서 무료로 해외유학을 보내준다는 애기를 듣고 현실도피성 진학을 했다가 불교학에 흥미를 느껴 결국 도쿄대학에까지 유학을 가게 되었다. 솔직히 문장이라든지 구성이 아주 새롭지는 않다. 저자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그렇게 쓴 것이겠지만 좀 저렴(?)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새로운 인생역정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내가 변했는지 아 그러셨어요 하는 감상만 느껴진다. 불교에 관한 교양을 쉬운 말로 풀어놓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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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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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게 세번째다. 한번은 알라딘에 중고로 팔았다가 다시 샀고, 한 번은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그래도 아직 초판 1쇄인게, 정말 재밌는 책인데 아쉽다.  팀 파크스라는 이름은 내게 낯설다.아마 전방위 문필가 같은데, 부커상 후보에도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주무르는 솜씨며, 박학다식,간간이 끼어드는 블랙 유머가 실소를 짓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위빠사나 명상이란 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저자는 "교육받은 합리적 서구 백인 남자"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아버지가 목사인 탓에 철저하게 본인은 무신론자에 회의주의자,합리주의자가 되었다. 아내와 이탈리아로 이주 후 대학강의와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50대의 나이에 전립선 비대 증상으로 괴로와 하고 있다. 문제는 병원 진단에서는 자신의 방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나온다는 거다. 때문에 병원에서 일어나는 대략난감의 에피소드가 이 책의 전반부를 이룬다. 의욕만땅의 의사는 무작정 저자를 수술하려 하고 저자는 알 수 없는 거부감에 수술을 거부한 채 통증을 줄일 방법을 찾는다. (난 아마 여기서 어머니를 떠올리고 이 책을 선물했다. 저자와는 달리 어머니는 수술을 선택했지만 수술 후에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통증이 자신의 삶을 전부 압도해 버리자 저자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으로 접한 "스탠더드 프로토콜"이라는 치료법은 시전하게 되는데 사실 이 방법이 위빠사나 명상 기법과 같은 맥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런 계기로 저자는 위빠사나 명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위빠사나 명상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이 책의 주요이야기다. 결국 통증이 저자를 위빠사나 명상으로 이끈 셈이다. 책의 결론는 통증을 극복하고(적어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겪은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두고 난감 내지는 당혹스러워 하는 저자의 모습이다.

 

통증 이전이었다면 저자는 명상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키고 왠 달나라 이야기냐고 했을 텐데, 아마 이 서평을 읽는 사람 중에도 있을 것 같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더 설득력을  가진다. 철저한 회의주의자인 저자는 위빠사나명상 이후에도 완전히 "회심"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누구를 편들 마음이 없으니(구루인 콜먼을 '늙은 새끼'라고 부른다.) "신앙간증집"같은 여타의 명상 서적과는 구분된다. 물론 저자의 위빠사나 참가 과정에서는 불교적인 백그라운드가 어쩔 수 없이 깔린다. 하지만, 철저한 회의주의자, 대학교수이자 부커상 후보 소설가인 저자는 백기투항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일종의 체험기인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통찰을 내놓는다. 우리는 우리 몸을 모른다는 것, 심지어 의사도 자신의 몸을 모른다는 것,육체는 "나의 것"이나 의사들만 알고 있는 복잡한 기계가 아니라 나 자신 그 자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 하고 고민한다. 언어라는 것은 결국 비유이고 우리를 '나우앤히어'로 부터 이탈시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노련한 소설가 답게 저자는 군데군데 자신의 성찰을 심어 놓았다. 나는 저자가 위빠사나 명상의 경험을 서술한 부분에 자극을 받아 결국 얼마전 열흘짜리 명상센터에 참석했다. 책에는 고엔카의 이름도 언급되는데 내가 참석한 곳이 고엔카의 명상코스다. 이런 거 보면 참 모든게 돌고 도는 것 같다. 나의 경험과 저자의 경험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내가 저자보다 더 강렬한 경험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나의 경험을 신비화 하고 싶지는 않다. 설혹  위빠사나 명상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라도 책의 부제처럼 몸과 마음,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음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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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가명 > 장정일,야마무라 오사무,다치바나 다카시 그리고 피에르 바야르

8년 전이 더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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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가명 > 인공의 생태계는 언제 끝장이 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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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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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 이동진씨가 조선일보 기자였을 때 딴지일보에서 “은근히 대중을 소외시키는 비평을 한다”고 시불(딴지식 표현이다)거린 적이 있다. 아마 정성일씨와 이동진씨를 비교하는 기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날개에 조선일보 기자였다는 것을 적지 않는 것을 보면 본인도 그 시절이 별로 그립지는 않는 모양이다. 책을 어느정도 읽는 사람이라면 으레 독서론에도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내가 아는 대표적인 책쟁이는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다. 독서계는 크게 지독파와 속독파로 양분되는 것 같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기적의 속독술이라는 책을 쓸 정도로 속독파이다. 그에게 책은 죽기 전까지 한 권이라도 더 읽어야 할 대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새 책이 너무 많고, 한 번 자극된 호기심은 채워지지 않는 바다와도 같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치바나 다카시는 발췌독을 한 책도 “읽은 책”의 권수에 포함시킨다. 로자 이현우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책을 만져보는” 경험도 독서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반면 지독파의 대표 선수는 “천천히 읽기를 권함” 의 야마무라 오사무 아닐까 싶다. 그에게 책은 삶보다 선행하지 못한다. 그가 만약 로자의 애기를 듣는다면 “세상에 그런 것도 독서라고 하다니!”하고 경악할 것이다. 그럼 이동진 씨는 어떨까. 같은 책을 여러번 읽기 보다 여러권의 책을 한번에 읽는다고 하는 걸 보면 로자나 다치바나 다카시 부류인 것 같지만, 속독을 권하지는 않는다. 책에 메모를 하고 책을 “하대”한다고 하는 건 꼭 다치바나 다카시다. 반면 이상한나라의 헌책방 주인인 윤성근씨는 본능적으로 책을 깨끗이 본다고 한다.(이런 것도 포지션의 차이인가?)
책을 고를 때 서문과 차례를 분석하라는 지적은 이제 귀에 익숙하지만 이다혜기자가 지적했듯이 책의 3분의 2 지점을 공략하라는 노하우는 일견 새롭다. (그 부분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책과 책읽기에 관해 이런 저런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에겐 동호회 참석하는 기분으로 부담없이 읽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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