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 - 불확실한 오늘을 사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확신의 놀라운 힘
울리히 슈나벨 지음, 이지윤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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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네임벨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여러가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내 놓은 매끈한 2차 저작물이다. 잘 빠진 수준높은 자기계발서라는 느낌이지만, 한번 읽어볼만 하다. 나쁘게 말하면 짜집기지만 좋게 말하면 실용적이다. 언급된, 삶에 힘을 주는 여러 요인들에 관한 팁들을 실생활에 곧바로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담담하게 서술된 여러 진술들은 겪어보지 않은 이상 그 진가를 알 수 힘든 것들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삶에 대한 확신은 낙관주의, 삶에 대한 애정, 공감,연결감, 단순히 긍정적 감정을 말하는 행복 대신 의미 같은 것들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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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부당한 견해일까? 젠더 연구 같은 분야를 기본적으로 세뇌의 장소로 보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베를린의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가 내게 말했다. 그러나 그런 분야들은 활동가의 저수조가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런 분야일수록 균형을 잃지 않고 체계적이고 깨끗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지식이 약한 사람일수록 그런 분야로 가서 믿음의 힘을 입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가장 격렬하게 믿고 기도하는 사람이 최고가 됩니다 - P93

내가 이 책에서 설명한 이론과 이념들은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성급함의 산물이기도 하다. 흑인 미국인이 그렇게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 특권을 누린 백인은 적어도 얼마 동안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정당하지 않을까? 무죄 추정의 원칙이 많은 남성을 학대행위 처벌에서 보호했다면 정의 구현을 위해 "여성의 주장을 믿는"
원칙이 필요하지 않을까? 트랜스젠더가 수십 년 넘게 국가적 차별을 받았다면 혁신 반대를 "혐오 발언"으로 낙인찍는 것이 정당하지않을까? - P206

다만 문제는 그런 접근방식이 새로운 좌절을 만들고 정치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새로운 패배자를 탄생시킨다는 점이다. 옛차별에 똑같이 응수하는 것은 새로울 수 없고, 법치국가는 법을 훼손해서는 개선되지 않으며, 논쟁은 가지치기로 더 공정해지지 않는다. 협박으로 강제된 개혁은 절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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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는 건 자신의 마음이 다시 한번 그 꼽추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뿐이었다. 무척 만나고 싶다. 둘이 마주앉아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둘이서 조금씩 이 세계의 수수께끼를 - P310

풀어나가고 싶다. 그녀가 굼실굼실 입체적으로 몸을 뒤틀며 브래지어를 바로잡는 동작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고 싶다. 그 피부의감촉을, 온기를 손끝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온 세상의 여러 계단을 둘이서 나란히 오르내리고 싶다.
그녀를 생각하고 그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속이 아련히 따스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물고기나 해바라기가 아니란 사실이 점점 기쁘게 다가왔다. 두 다리로 걷고 옷을 입고 나이프나 포크로 식사하는 것은 분명 몹시 성가신 일이다. 이 세계에는 배워야 할것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만일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물고기나 해바라기가 되었다면 이렇듯 신기한 마음속 온기를 느끼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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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킬러 - 제약 회사, 21세기 마약 중독 시대를 열다
배리 마이어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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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본주의다. 돈이 되는 것이면 무슨 짓이든 한다. 얼마전 마크 저커버그가 청문회에서 '발리고' 사과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이미 오래 전에 페이스북은 자체 연구를 통해 자사 제품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경영진은 이를 계속 묵살했다.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 마약성진통제 시장에 벌어진 일이 20여년이 지난 뒤 다른 분야에서 재현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천문학적인 부호들 중 파울을 범하지 않고 치부를 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감상이 든다. 그리고, 분노가 치솟는다. 나는 너희를 위해 피를 쪽쪽 빨리려고 태어난 모르모트가 아니란 말이다.  이 책에는 돈 벌려고 더없이 비열하고 야비한 방법을 동원해 대중을 마약중독자로 만드는 제약회사가 나온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들만의 권력 카르텔이 있다. 그들이 임의로 내린 결정 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뀐다. 시니컬하게 생각하면, 이런 야바위가 꼭 머나먼 악당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우로 발닦는 족발집이처럼 자본주의 시장에서  '엔드 유저'들은 이런 리스크를 질 수 밖에 없다. 시장이 '돈이 최고'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드는 의문은 퍼듀 파마와 새클러가문이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언론과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혹시 이들이 더 이상 권력자가 아니기 때문 아닐까? 지금 현실의 권력자들도 역시 같은 생리를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sns를 만든 저커버그나 ,스마트폰을 만든 잡스,일론 머스크가 언론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영웅일까? 요즘 화두인 에이아이 관련해서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헤밍웨이 문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저자의 문장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이야기 전개는 출발부터 끝까지 전력질주한다. 물론 이 책의 백데이터를 내가 직접 전부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새클러가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한 얼굴, 그 표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자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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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파리를 먹었구만? 파리를 먹었지?"
"예?"
"내 아들이 총각하고 똑같았어."
"미쳤어요?" - P564

"그래. 이러더라. 파리를 먹었다, 파리를 먹었다고."
노파의 말에 의하면, 일만 마리 중에 한 마리 비율로인간의 얼굴을 한 파리가 있는데, 입을 벌린 채 자고 있으면 인간의 얼굴을 한 그 파리가 인간의 성대 냄새를맡고 입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성대는 인간의 여러 기관 중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 파리를 먹어버리면 인간은 미친다. 머릿속에서 파리가 윙윙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파리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나을수 있어요? 하시는 물었다.
"낫지 않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사이좋게 지내야지."
"파리하고?"
"그럼. 파리하고 사이좋게 지내려면, 자주 이야기를나누면서 사이좋게 지내면 돼."
노파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 P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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