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는 건 자신의 마음이 다시 한번 그 꼽추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뿐이었다. 무척 만나고 싶다. 둘이 마주앉아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둘이서 조금씩 이 세계의 수수께끼를 - P310

풀어나가고 싶다. 그녀가 굼실굼실 입체적으로 몸을 뒤틀며 브래지어를 바로잡는 동작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고 싶다. 그 피부의감촉을, 온기를 손끝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온 세상의 여러 계단을 둘이서 나란히 오르내리고 싶다.
그녀를 생각하고 그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속이 아련히 따스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물고기나 해바라기가 아니란 사실이 점점 기쁘게 다가왔다. 두 다리로 걷고 옷을 입고 나이프나 포크로 식사하는 것은 분명 몹시 성가신 일이다. 이 세계에는 배워야 할것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만일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물고기나 해바라기가 되었다면 이렇듯 신기한 마음속 온기를 느끼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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