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씽킹 - 행복을 끌어들이는 심리 법칙
리처드 칼슨 지음, 박산호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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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문외한이지만 프로이트의 주장이 현재의 히스테리 같은 증상을 치료하려면 과거의 트라우마와 직면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심리치료사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어둠을 연구한다고 해서 빛이 찾아지지 않는다."  저자의 대안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우울한 감정은 우울한 생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생각은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 괴로와하는 것은 "자기에게 스스로 고약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읽으며 괴로워하는 것과 같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건강한 정신작용'을 유지하는 것이다.(불교식으로 표현하면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삶에 대한 균형감각,평정이란 말로 "건강한 정신작용"을 묘사하는데, 명상의 기법까지는 아니고 알아차림 정도의 단어는 사용한다. 책을 읽고 나면 '중체서용'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이 책은 불교의 담론을 차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자기계발서답게 시키는 대로 하면 희망찬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뽐뿌질(?)을 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몇가지 팁들도 있다. 불교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부정성'이 있는데 지혜는 절대 불안, 우울같은 부정성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그 문제를 분석하지 말고 '건강한 정신작용'으로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감사'와 '용서'도 강조한다. 감사는 자기기만이 아니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택하는 삶의 태도이다. 그리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든 일들은 왔다가 간다'라는 사실은 '용서'를 정당화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책 마지막에 "지금 이순간을 살고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이 있다는 점에 감사하라"는 말로 지침을 요약한다.
 "자기계발서는 사기극"이라는 선입관을 믿는 편이지만,  이 책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어린아이의 비유를 자주 드는데, 니체의 낙타,사자,어린아이의 비유가 떠오르기도 한다. 경험으로 말하면 니체가 말하는 어린아이의 삶을 살기는 정말 힘들다) 단,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기법이 중증의 우울증같은 질환에는 적용이 되지 않으니 다른 전문가의 조언을 얻으라고 한다. 재미있는게 위빠사나 명상 고엔카센터의 홈피에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위빠사나 명상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익하지만 의학적 치료나 정신병 치료의 대안은 아니며..) 또 이런 '중체서용'의 태도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을까. 아마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기법은 결국 그런 욕망조차 , 아니 그런 욕망을 품는 자아조차 '공'하다는 불교의 논리 아닌가. 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그런 불교의 최종결론에 동의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짤막하게 실은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정도로 끝낸다. 원서는 93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불교와 정신치료의 결합도 하나의 트렌드같다. 결국 모든 것이 무상(아니짜)이라는 불교의 사상이 책에 깔려 있다.  경험상 이걸 머리로는 알아도 체감하기는,실천하기는 정말 힘들다. 저자가 제시하는 용서와 감사, 머리를 비우고 '컴퓨터같은 삶을 버리는' 지침들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좋다는데 뭐, 손해보는 일도 아니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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