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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한국판 제목은 "라떼" 류의 세대론을 연상시키지만, 원래 제목은 "This Generation" 이다. 저자의 정의한 밀레니얼세대는 대략 1982년부터 2009년 정도의 기간인데 이 책은 개인주의적이고 인내심이 부족해 적응력이 떨어진다고 곧잘 비난받고 '부모보다 가난한 삶을 사는 최초의 세대'라는 밀레니얼세대의 삶을 묘사한 책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번아웃'이라는 키워드로 묘사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번아웃은 단순한 일중독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로부터의,욕구로부터의 소외"이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세대는 살아남기 위해, '팔리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자체를 포트폴리오로 기획하고 포장하는 세대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 "불안정"과 "계급하향이동"이다. 저자가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콕 집어 언급하지 않지만, 밀레니얼 이전의 베이비부머 역시 번아웃에 빠졌고, 그 이유로 70년대 중반 이후의 정리해고의 일상화,비정규직 증가와 연금제도 약화, 정부의 기업에 대한 규제 감소 등을 이유로 든다. 점점 불안정해지는 경제상황에 공포를 갖게 된 부머들은 자식세대의 집중교육, 특히 대학에 올인했고, 이 때 형성된 밀레니얼의 자기계발 기질, 생산성,효율성,성실성 등 '자신을 (시장에서) 가치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들의 삶을 평생동안 지배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대한민국이 정말로 선진국이 된 것인지 이 책에서 묘사된 미국 밀레니얼의 모습들은 현재 한국의 모습과 그대로 겹친다. 학창시절 전체를 스펙으로 단장해서 진학에 성공하지만,대학학위는 더 이상 출세의 프리패스가 되지 못했고, 남은 것은 10년 넘게 상환해야 하는 학자금대출이다. 이들은 부모의 기대와, 세상의 상식을 따르면 '지상의 방 한칸' 정도는 보장 될 것으로 믿었지만 이어지는 것은 끝없는 경쟁과 또다른 스펙쌓기에 대한 요구다. '열정페이'의 모습도 어김없다. 겉은 번지르르한 "열정이 있는 일을 하라"는 기성세대의 주문은 "하고싶은 일을 하니 돈은 필요 없지?"하는 물음으로 바뀐다. 디지털의 발전이 가져온 '긱 경제' 는 노동자들의 다양한 삶과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됐지만 결과는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불안정한 일자리 등 근로여건의 악화다. 저자는 연관된 이슈로 여성의 육아와 가사노동의 문제점을 짚으며 책을 마무리짓는다.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부족해지니 결론은 우리가 지금 익히 알고 있는 저출산이다. 하지만, 자기계발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SNS와 휴식에서조차 생산성과 효율을 따지는 밀레니얼들에게 이 모든 것은 자신의 능력부족 때문일 수 밖에 없다. 저자의 결론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지만- 정치적 차원, "연대"라는 단어를 소환하는 것이다. 속도감 있는 문장 덕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라는 에스프리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