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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니켈,카드늄, RNA 같은 말에 지레 머리아파 할 필요 없다. 그런 지식을 굳이 머릿 속에 욱여넣지 않고도 히스토리 채널 보는 기분으로 소설책 읽듯이 읽어도 된다. 이 책이 주는 부담감은 딱 거기까지다. 대신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 책에 나오는 표현대로 "시간의 심연을 상상하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한 무와 무의미의 바다에서 여러가지 조건이 기막히게 겹치는 순간 ,번쩍하고 생명의 단초가 탄생하는 장면은 신을 믿지 않아도 충분히 종교적이다. 고교시절의 딱딱한 지학 시간을 굳이 소환할 필요는 없다. 버트런드 러셀이 서양철학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높은 고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지상의 번뇌도 보잘 것 없이 보인다. 그런 '현타'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