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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 시를 읽다보면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들이 종종 있다.
오래 전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친구들에게 편지 보낼 때면 꼭 한 편씩 적어 함께 감상했다. 그 느낌으로 안도현시인이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들을 읽어보았다.
역시나...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통 시를 대할 때 어지간히 날고 뛰지 않으면 크게 감흥이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많은 표현들이 이미 이 세상에 그 흔적을 남긴 지 오래되었고 지금의 시인들은 그들의 표현이나 묘사를 가지고 얼마만큼 자신것으로 소화해내서 뱉어내느냐 하는 것인데 그 느낌이 지금, 10년 전, 20년 전, 혹은 30, 50.....
시대마다 다르다.
현대의 시를 묘사나 기교, 서사, 혹은 사고 중심의 시라 한다면 이 책에서 마주하는 시는 오랜 기억의 뒤안에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 그 때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감이 가고 구수한 맛이 난다.
70년대 어디 쯤에서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사진들...
그 사진들 위로 주옥같은 낱자들이 무덤덤해진 내 감성을 자극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거친 손이나 걸음걸이도 이 때는 본대로 느낀대로 시가 되었다. 진실성이 있어서일까?
가끔 현대시를 읽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혹자는 어렵게 씌어진 시가 좋은 시라고...그런 말도 나돌아 다니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의미를 드러내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거라고...
하지만 도무지 이해못할 시는 뭐라 해야 하는지^^
이 책에서 보는 풍경들은 낯설지가 않다.
내가 지나쳐온 풍경이기도 해서 내 마음의 풍경이기도 하고 내 뒤의 풍경이기도 하다.
몇 편의 시는 아는 분들에게 읽어주었는데 같은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황인숙 시인을 짧은 "바람 부는 날이면" 같은 시는 짧은데도 하고 싶은 말이 그 안에 모두 함축되어 있어 상쾌한 느낌이 절로 든다. 요즘 장시..서사시 같은 시가 주류를 이루는데 이렇게 짧은 표현으로도 독자들에게 감흥을 일으킨다는 것이 타고난 소질의 차이인 것 같다.
슬쩍슬쩍 건들리는 것 같은 비유가 난해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고, 그 안에서 삶의 고단함을 언어의 구수함으로 녹아있다.
이런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들이 1권이 아닌... 앞으로도 쭉 이어지도록 많이 나왔음 한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시가 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