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나는 지혜를 사랑했지만 쾌락도 좋아했다 - 삶을 가볍게 하는 3,000년의 지혜
박성만 지음 / 밥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솔로몬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다들 들어본 말일 것이다. 삶이 힘겨울 때 다독거리는 말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삶이 덧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 때는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시대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지혜와 리더십, 포용력, 결단력 등을 골고루 갖춘 왕이 필요하다. 당파 싸움으로 늘 흔들어놓기 바쁜 벼슬아치들 가운데서 왕으로서 제 할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일 것도 같다.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왕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왕권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수많은 난제를 앞에 두고 어떻게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허둥지둥하는 사람이 많다. 부동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뜨거운 감자고, 일자리 문제도 그렇고, 늘 시끄럽다 보니 대중의 관심이 정치에서 자꾸 멀어지는 모양새다.

이 책을 쓴 저자 박성만은 심리치료사이며, 신학을 공부한 신학도 이기도 하다. 이후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마음 소리의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이 책은 학문적이고 실존적인 탐구와 고뇌, 대학원 강의, 심리치료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쓴 결과물이다. 정신분석학과 신학을 전공해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협성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온석대학교와 대학원 상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너의 화는 당연하다수다 떠는 남자가 있으며, 엄마라는 아이, 관계는 마음이다, 아픔 후의 심리학, 빨래를 해야겠어요외 다수가 있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솔로몬왕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친자소송에 대한 재판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서 솔로몬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고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이 글의 특징은 저자가 성서의 부분 부분을 예로 들어가며 마치 솔로몬이 이야기를 풀어가듯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제목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보충 설명을 성서 한 구절을 예로 들면서 하고 있다.

나를 위하여 반지를 하나 만들라. 그리고 내가 승리하고 기쁠 때 교만하지 않고, 시련에 빠져 절망할 때에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어라.” 세공사가 고민하다가 어떤 말을 넣으면 좋을지 물었을 때 솔로몬이 한 대답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24

이 만큼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글귀가 어디에 또 있을까. 솔로몬다운 글귀다.

나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살펴보다가 세상에는 권력 쥔 사람 따로 있고, 그들에게 고통받는 사람 따로 있음을 알았다(전도서 89).” -84

전도서에 있는 이 말은 현대를 사는 사람 역시도 자주 하는 말이고, 자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사람이 지구상에 생겨난 이래로 늘 반복되는 일인가 보다.

이미 있던 것이 훗날에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일어났던 일이 훗날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 새것이란 없다(전도서1:9).” -145, 160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그래서 세상은 하나이다. 솔로몬은 이 부분에서 자신과 아버지 다윗을 분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대 전통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타 문화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한 솔로몬은 지혜를 건져 올려 참 자기로 살았다고 한다.

160쪽에서 위의 전도서 내용에 대해 새것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새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봤다는 것은 없던 것을 본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지금 나의 것으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있는 대로 보지 말고 거꾸로도 보고 뒤집어도 보라고. 자주 듣는 말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젊은이여, 젊을 때, 젊은 날을 즐겨라. 네 마음과 눈이 원하는 길을 따라라. 네 마음의 걱정과 육체의 고통을 없애라. 혈기 왕성한 청춘은 덧없이 지나기가 때문이다(11:8a, 10).”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은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는 이 책에서 한 구절 한 구절 제시하는 말이 모두 자신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결론에 두려워 말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에서 모두에게 위안을 준다. 살아가면서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은 많다. 그런데 그때 우연하게 손 내미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또 살아진다.

익숙하게 들어본 말도 많지만, 솔로몬왕의 목소리로 다시 들으니 훨씬 새롭고 감동적이다. 나이에 따라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책이 많다.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맞어, 맞어하고 고개 끄덕이며 읽게 된다. 괜히 지혜의 왕이 아니었다. 이제 친자소송 같은 이야기 말고도 솔로몬에 관한 많고 많은 이야기를 할 게 많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여, 이 책을 통해 지혜를 조금이나마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상상 동시집 7
유희윤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 유희윤 시, 양민애 그림/상상/2021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지 유희윤 선생님은 할머니 시인이 되어서도 상상력이 퐁퐁 쏫아나는 샘을 품고 계신 건 아닐까? 동시집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이러니 손자 손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할머니일테지.'.

 

대부분 나이 들면서 덤덤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동시 쓰시는 유희윤 선생님은 오히려 더 순수한 소녀로 변해가는 것 같다. "동시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남다르게 잘 쓰는 편은 아니"라고 겸손해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일곱 번째 시집 역시도 독자를 실망 시키지 않는 동시를 만나니 반갑다.

 

유희윤 선생님은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사다리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8회 방정환문학상을 받았으며 대산창작지원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창작지원금, 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내가 먼저 웃을게, 하늘 그리기, 참 엄마도 참, 맛있는 말, 난 방귀벌레, 난 좀벌레,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등이 있다.

 

어째쓰거스까?/ 오늘은 앙 가꾸 나왔는디.// 저것들이 나를 안다니께./ 으메으메 자꾸 모이네.// 어쩌쓰거스까?/ 쌀 봉자 앙 가꾸 나왔는디.//

- 참새와 할머니전문 28

 

공원이나 광장에서 비둘기가 사람 보고 날아가지 않게 된 지는 오래되었다. 가끔 배를 타고 섬으로 갈 때 갈매기가 배를 따라오면서 과자를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예전에는 각기 독립된 삶을 살았다면 요즘 공존공생하는 삶을 택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 반려견 반려묘의 경우도 예전에는 바깥에서 길렀다면 지금은 집안에 들여 스스로 집사임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참새 역시도 자신에게 모이를 주는 할머니를 몰라볼 수가 없을 것이다. 충청도 사투리가 재밌는 시다.

 

외갓집 헛간에/ 손잡이가 빠져 뽕 뚫린/ 고물 책상 서랍 안에/ 박새가 알을 낳았때.// “보여 줄까?”// 외삼촌이 면장갑 끼고/ 뽕 뚫린 구멍에 검지를 넣어/ 서랍을 살그머니 잡아당겼어.// 세상에나/ 동글동글 얼굴무늬 알 다섯 개!/ 숨도 크게 쉴 수 없었어.// 삼촌은 가만가만 서랍을 밀어 넣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어.// “얼른 나가자, 박새 돌아올 시간이다.”//

 

- 박새는 외출 중전문 34~35

 

따스한 마음씨를 지낸 가족의 모습이다. 마지막 행 얼른 나가자, 박새 돌아올 시간이다.”라고 작은 소리로 말한 외삼촌의 모습은 궁금해하는 조카나 외출에서 돌아올 박새 모두에게 듬직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런 외삼촌이라면 박새를 잘 지켜주겠지, 저런 주인이라면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더라도 잠깐 먹이 구하러는 다녀올 수 있겠지. 하는 믿음이 순간적으로 생기겠다.

 

촐싹촐싹 초르르/ 도마뱀이 사냥을 떠났어./ 무기는 날랜 혀 하나!// 옳거니,/ 저기 사자가 누워 있구나!/ 살금살금 다가갔어.// -사자야 꼼짝 마./ -꼼짝 말라고?/ -그래, 꼼짝 마.// 사자는 꼼짝 안 했지./ 눈도 꼼짝 안 했지.// 바로 요때다!/ 도마뱀이 팔짝 뛰어올라/ 사자 콧등에 무기를 날렸어.// 잡았냐고?/ 잡았지.// 사자 콧등에 앉은 파리를/ 날름 낚아채 꿀꺽 삼켰지.// - 도마뱀 사냥 나가신다전문 84~85

 

요즘 말로 간이 배 밖에 나온 도마뱀으로 비칠 수 있는데 이 또한 공존공생의 한 모습이다. 사자는 꼼짝도 안 하고 자신을 귀찮게 하는 파리를 처리할 수 있어서 좋고 도마뱀은 먹을 잡을 수 있어서 좋고. 이렇게 서로에게 득이 되어야 공존공생이 가능한데 요즘 모든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코로나19는 사람에게 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공존하자고 자꾸만 비비적대고 있어 큰일이다.

 

올겨울엔 장가갈 거야./ 예쁜 색시랑 맛있게 먹으려면/ 도토리를 많이 모아야 해.// 뒷산에 사는 다람쥐 총각/ 가을 내내 콧노래 부르며/ 도토리를 세 자루나 모았어.// 색시 한 자루, 나 한 자루/ 두 자루면 충분해!// 한 자루는 이웃 할머니 드리고/ 두 자루는 잘 두었는데/ 어느 날 보니 한 자루뿐이었어.// 한 자루 어디 갔지?/ 따로 두었나?/ 건넌방에 두었나? 사랑방에 두었나?/ 골방에 두었나?// 어디 두었지? 헛간에도 없네./ 에이 장가가긴 다 틀렸군// 중얼중얼 한숨까지 쉬는데/ 예쁜 색시가 나타나 말했어.// 밥을 조금씩 먹으면 되죠.//

 

- 깜빡쟁이 다람쥐 총각전문 101~102

 

한 편의 동화를 읽은 듯하다. 깜빡깜빡하는 다람쥐 덕분에 고향 뒷산에는 상수리나무가 우거져있고 그렇게 또 떨어진 도토리는 이제 주워갈 사람이 없어 전부 다람쥐 차지가 되었다. 동시 속 다람쥐는 부지런하고 마음씨가 좋아서 착한 색시를 만났다. 조금 먹어도 된다니 그렇게 둘이 열심히 모으면 예쁜 가족이 탄생해 알콩달콩 살겠다. 그런데 깜빡깜빡하는 게 다람쥐뿐이랴. 다람쥐보다 더 깜빡깜빡 잘하는 사람도 많아 어쩌면 다람쥐에게는 위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유희윤 선생의 동시에는 가족이나 이웃뿐만이 아니라 동식물에게 빼놓지 않고 애정을 드러낸다. 어쩔 수 없는 동시인이다. 그래서 독자는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 열린선 5
김남이 지음 / 고요아침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김남이/고요아침/2021

 

여린 제목의 단단한 시

 

연둣빛 표지에 서정적인 제목을 단 시집 한 권을 만났다. 반은 서정시가 반은 생활시가 한 권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한 편 한 편이 다 별처럼 빛난다. 세상 모든 상처가 별의 이마로 가려지면 통증이 덜 할까? 흉터가 덜 할까? 상처 난 자리가 더 단단해질까? 별과 상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시집을 낸 김남이 시인은 상주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내 몸에 꽃잎들 피어났다/ 비탈 아래 주춤대는 걸음들에게/ 뜻밖의 꽃길 되어주는// 나의 꽃잎들/ 핑그르르// 떨어지는 것은/ 오늘도 꿈을 꾸는 것이겠지// 연둣빛 잔디 위에 앉고 싶은 꿈/ 새로 태어나고 싶은 꿈// 그러나 여기 씩씩한 또 하루는/ 여리고 환한 너의 것//

-비탈에 선 벚나무일부분 (26)

 

 

조왕신 성주신 다 불러들여도/ 혼자서는 재울 수 없는 이 열꽃// 엄마 찾아가면/ 망초꽃도 배롱나무도/ 봉분 곁에 한 식구로 해쭉거리는데// 나는 도무지 읽을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세상이라니요//

- 열꽃이 피었어요일부분 (116)

 

눈 덮인 거름 산 정상에/ 올라서고 싶은 최초의 열세 살이 있네//히말라야 봉우리를 안은 듯/ 환한 얼굴 하나/ 털모자 털장갑의 한겨울 속에서/ 하늘에 경배하듯 두 팔도 뻗쳐 올렸는데// 아래채 지붕보다 우뚝하게 솟아/ 한순간 나를 띄워 올린/ 설산은 지금 어디 있나// 거친 손발로 구질한 한숨 다 덮어버리는/ 각설탕처럼 달콤한 눈/ 천왕봉 대청봉 품은 명산이길/ 얼마나 꿈속 헤매고 다녔던가// 그러나 눈은/ 좀처럼 산이 되지 못하네// 코 막고 멀찍이 돌아가고 싶은 뒷마당엔/ 거름 더미만 높네/ 들끓는 악취와 구더기 다져 넣고/ 알 듯 모를 듯 깊어가던 거름 산// 한 겹 눈부신 흰 눈 아래/ 꽁꽁 얼어붙은 봉우리였네//

-어쩌다 사진 한 장전문 (120)

 

제목도 그렇지만 한 행 한 행이 눈앞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툭 건드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알 듯 모를 듯한 산봉우리 연결되듯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고 보면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듯도 하다. 이 시집이 뜻밖의 꽃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난해한 시들이 많은 요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시집이다. 서정 시집에 목말라 있던 이들에게는 소나기 같은 시집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내견 곰 - 시력을 잃어버린 안내견의 특별한 여행 미래그래픽노블 7
벤 퀸 지음, 조 토드 스탠튼 그림,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내견 곰/벤 퀸 글, 조 토드 스탠튼 그림, 임윤정 번역/밝은미래/2021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은 슬픔일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눈으로 누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천적인 이유이든 후천적인 이유이든 가끔 흰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시각장애인을 볼 때가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 길을 잘 찾아가는 모습을 봤다. 안내견은 아직 그 숫자가 많지 않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멀찍이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특별하다. 삽화의 구성이 만화처럼 되어 있고 말풍선까지 달려있어서 꼭 칼라로 된 만화를 읽는 느낌도 든다.


안내견 곰은 레브라도와 리트리버 사이에 태어나 28개월 된 개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패트릭을 만나 운명이라고 느낄 만큼 둘이 잘 맞았는데 곰도 시력을 잃었다. 온통 캄캄한 세상에서 오직 소리로만 느끼고 판단하는 상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두려움이 엄청났을 것이다. 주인에게 버려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과 확실하지 않은 미래 등. 그래서 마루 아래 사는 라쿤들의 삼촌 유혹에도 금방 넘어간다. 하지만 라쿤은 곰을 숲에 버리고 혼자만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곰에게 들켰기 때문에 자신들이 쫓겨날까 봐 그런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곰이 고단한 여정에는 진짜 곰 스톤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형제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봐 도와주는 스톤은 막내지만 든든하게 곰을 도와준다.

개는 곰 다음으로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고

안내견은 좀 달라. 우린 냄새를 잘 맡지만, 너무 잘 맡지 않도록 배웠어. 주인을 도와 복잡한 사거리를 건너다가 난데없이 비비큐 냄새에 취하면 안 되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방해가 되거든.”

성당에서 만난 박쥐는 곰에게 말한다.

잠깐, 내 소리가 들리니? 보통 사람들은 내 음역대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해. 4만 헤르츠 정도의 소리로 보지 못하는 걸 대신하거든.”

앞이 안 보여요?”

그러니까 눈 대신에 소리로 본다는 거죠? 저도 좀 가르쳐 줄래요? 그런 청력과 스톤에게서 배운 후각 등력을 모두 사용하면, 패트릭의 안내견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겠죠? 시력 없이도요.”

이 책은 곰과 패트릭이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곰의 이야기, 패트릭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되는데 패트릭과 맥이 나누는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대화 장면이 있다.


어떻게 자동판매기를 고치는지 물어봤죠? 내가 볼 수 있었던 때의 기억으로 고쳐요. 이미지를 만드는 건 사실 눈이 아니라 뇌에요. 그래서 간절히 보려고 하면, 기억들이 더 선명하고 생생해져서 실제로 본 것보다 더 잘 보이거든요. 곰을 볼 때도 마찬가지겠죠.”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 안내견 곰, 곰은 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고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에. 다시 패트릭의 안내견으로 활동할 날을 기다리는데 당장은 패트릭이 흰 지팡이를 짚고 곰을 데리고 다닌다. 곰 역시 안대를 하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사람은 대부분 보이는 대로 믿기에 그에 따른 오해도 종종 생긴다. 패트릭과 맥, 곰과 스톤, 패트릭과 곰처럼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한 때다. 물론 서로서로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한 문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왈왈별 토토 단비어린이 문학
전은희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왈왈별 토토/전은희 글, 노은주 그림/단비어린이/2021

 

 

반려동물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급속도로 불어났다. 스스로 집사이길 자청하고 나선 사람도 많다. 반려동물은 개, 고양이, , 파충류 등, 종도 다양해 지고 있다. 문제는 키우다가 여건이 어려워지면 아무 데나 유기한다는 데 있다. 며칠 전 뉴스에서도 강원도 어딘가에 피라냐가 잡혔다는 걸 들었다. 정상적인 경로로 들어온 것도 아닌 것을 키우다가 몰래 방류하면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개들 역시도 키우다가 버려져 들개로 살아가는 개가 많다. 그런 개들은 가끔은 사람을 해치기도 해 좋지 않은 결말을 맞기도 한다.

왈왈별 토토의 주인공 토토는 왈왈별의 어린 바크족 이름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활기차고 천방지축인 개다.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빠가 힘들게 모아놓은 씨앗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아빠도 난처해지고 토토 역시 벌을 받게 되었는데 바크족의 축제 기간에 가만있을 리 없는 토토가 아빠 몰래 도망쳤다가 우주선에 오르게 되었다. 그 바람에 블루 은하계까지 임무를 띠고 가는 우주선에 올랐지만, 지구에서 우주선 고장으로 착륙한다. 그때 지구에서 벌어진 일이 이 책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다.

우주선에서 차우대장의 눈에 띠어 쫓겨나지 않고 비상착륙한 지구에서 우주선 안에 가만히 있으라는 차우대장의 말을 무시하고 내렸다가 영우네 가족의 집에서 푸리로 며칠을 지내다 도망쳐 다시 떠돌이 개 댕이와 달봉이를 만나 같이 다니다가 자신을 찾을 차우대장을 찾기 위해 텔레파시를 보내지만, 텔레파시는 아주 약하게 이어지다 끊어지다 한다. 토토는 차우대장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맞아, 대장은 엄청 용감해. 그런데 지금은 어디 있어?”

우리도 몰라. 너랑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하더니 널 찾으러 산 아래로 내려가서는 안 돌아왔어.”

 

한참 걱정하고 있을 때 뉴스에서 본 동물병원 차를 발견했는데 그 차에서 바크족의 텔레파시가 희미하게 전해져 무조건 달려간다. 길에서 다시 만난 영우와 함께. 유기견을 데려다 보살펴주는 사람이라고 알려진 동물병원 장 박사는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삐뚤어진 욕망 때문에 우주생명체를 연구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차우대장을 잡아왔으나 연구에 돌입하기 직전에 토토와 영우에게 발각되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이다.

  

  

저 엄청난 힘 좀 봐. 내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고. 외계 생명체가 맞아. 난 유명해질 수 있다고.”

 

길지 않은 지구 생활이지만 영우네와도 약간의 정이 들었고 지구의 개도 알아가는 과정에서 동물병원을 무사히 탈출해 다시 왈왈별로 돌아온다. 지구 개 달봉이와 함께. 그리고 아빠가 말하는 훌륭한 연구재료 옥수수, 고구마, , 배추 뿌리와 함께. 물론 아빠는 재배법까지 안다는 달봉이 말에 한껏 기뻐했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어 기쁘다.

인간과 개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동화인데 지구에는 인간과 개가 한집에서 동거하는 경우가 많고 인간에게 길들여지는 경우가 더 많다. 개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걸로 안다. 그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서로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 서평은 허니에듀카페와 단비어린이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