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 열린선 5
김남이 지음 / 고요아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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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별의 이마로 가려야지/김남이/고요아침/2021

 

여린 제목의 단단한 시

 

연둣빛 표지에 서정적인 제목을 단 시집 한 권을 만났다. 반은 서정시가 반은 생활시가 한 권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한 편 한 편이 다 별처럼 빛난다. 세상 모든 상처가 별의 이마로 가려지면 통증이 덜 할까? 흉터가 덜 할까? 상처 난 자리가 더 단단해질까? 별과 상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 시집을 낸 김남이 시인은 상주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등단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내 몸에 꽃잎들 피어났다/ 비탈 아래 주춤대는 걸음들에게/ 뜻밖의 꽃길 되어주는// 나의 꽃잎들/ 핑그르르// 떨어지는 것은/ 오늘도 꿈을 꾸는 것이겠지// 연둣빛 잔디 위에 앉고 싶은 꿈/ 새로 태어나고 싶은 꿈// 그러나 여기 씩씩한 또 하루는/ 여리고 환한 너의 것//

-비탈에 선 벚나무일부분 (26)

 

 

조왕신 성주신 다 불러들여도/ 혼자서는 재울 수 없는 이 열꽃// 엄마 찾아가면/ 망초꽃도 배롱나무도/ 봉분 곁에 한 식구로 해쭉거리는데// 나는 도무지 읽을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세상이라니요//

- 열꽃이 피었어요일부분 (116)

 

눈 덮인 거름 산 정상에/ 올라서고 싶은 최초의 열세 살이 있네//히말라야 봉우리를 안은 듯/ 환한 얼굴 하나/ 털모자 털장갑의 한겨울 속에서/ 하늘에 경배하듯 두 팔도 뻗쳐 올렸는데// 아래채 지붕보다 우뚝하게 솟아/ 한순간 나를 띄워 올린/ 설산은 지금 어디 있나// 거친 손발로 구질한 한숨 다 덮어버리는/ 각설탕처럼 달콤한 눈/ 천왕봉 대청봉 품은 명산이길/ 얼마나 꿈속 헤매고 다녔던가// 그러나 눈은/ 좀처럼 산이 되지 못하네// 코 막고 멀찍이 돌아가고 싶은 뒷마당엔/ 거름 더미만 높네/ 들끓는 악취와 구더기 다져 넣고/ 알 듯 모를 듯 깊어가던 거름 산// 한 겹 눈부신 흰 눈 아래/ 꽁꽁 얼어붙은 봉우리였네//

-어쩌다 사진 한 장전문 (120)

 

제목도 그렇지만 한 행 한 행이 눈앞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툭 건드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알 듯 모를 듯한 산봉우리 연결되듯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고 보면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듯도 하다. 이 시집이 뜻밖의 꽃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난해한 시들이 많은 요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시집이다. 서정 시집에 목말라 있던 이들에게는 소나기 같은 시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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