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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곰 - 시력을 잃어버린 안내견의 특별한 여행 ㅣ 미래그래픽노블 7
벤 퀸 지음, 조 토드 스탠튼 그림,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7월
평점 :
안내견 곰/벤 퀸 글, 조 토드 스탠튼 그림, 임윤정 번역/밝은미래/2021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은 슬픔일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눈으로 누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천적인 이유이든 후천적인 이유이든 가끔 흰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시각장애인을 볼 때가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 길을 잘 찾아가는 모습을 봤다. 안내견은 아직 그 숫자가 많지 않아 많이 본 적은 없지만 멀찍이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특별하다. 삽화의 구성이 만화처럼 되어 있고 말풍선까지 달려있어서 꼭 칼라로 된 만화를 읽는 느낌도 든다.

안내견 곰은 레브라도와 리트리버 사이에 태어나 2년 8개월 된 개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패트릭을 만나 운명이라고 느낄 만큼 둘이 잘 맞았는데 곰도 시력을 잃었다. 온통 캄캄한 세상에서 오직 소리로만 느끼고 판단하는 상황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두려움이 엄청났을 것이다. 주인에게 버려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과 확실하지 않은 미래 등. 그래서 마루 아래 사는 라쿤들의 삼촌 유혹에도 금방 넘어간다. 하지만 라쿤은 곰을 숲에 버리고 혼자만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곰에게 들켰기 때문에 자신들이 쫓겨날까 봐 그런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곰이 고단한 여정에는 진짜 곰 스톤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형제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봐 도와주는 스톤은 막내지만 든든하게 곰을 도와준다.
“개는 곰 다음으로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고”
“안내견은 좀 달라. 우린 냄새를 잘 맡지만, 너무 잘 맡지 않도록 배웠어. 주인을 도와 복잡한 사거리를 건너다가 난데없이 비비큐 냄새에 취하면 안 되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방해가 되거든.”
성당에서 만난 박쥐는 곰에게 말한다.
“잠깐, 내 소리가 들리니? 보통 사람들은 내 음역대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해. 4만 헤르츠 정도의 소리로 보지 못하는 걸 대신하거든.”
“앞이 안 보여요?”
“그러니까 눈 대신에 소리로 본다는 거죠? 저도 좀 가르쳐 줄래요? 그런 청력과 스톤에게서 배운 후각 등력을 모두 사용하면, 패트릭의 안내견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겠죠? 시력 없이도요.”
이 책은 곰과 패트릭이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곰의 이야기, 패트릭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전개되는데 패트릭과 맥이 나누는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대화 장면이 있다.

“어떻게 자동판매기를 고치는지 물어봤죠? 내가 볼 수 있었던 때의 기억으로 고쳐요. 이미지를 만드는 건 사실 눈이 아니라 뇌에요. 그래서 간절히 보려고 하면, 기억들이 더 선명하고 생생해져서 실제로 본 것보다 더 잘 보이거든요. 곰을 볼 때도 마찬가지겠죠.”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 안내견 곰, 곰은 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고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에. 다시 패트릭의 안내견으로 활동할 날을 기다리는데 당장은 패트릭이 흰 지팡이를 짚고 곰을 데리고 다닌다. 곰 역시 안대를 하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사람은 대부분 보이는 대로 믿기에 그에 따른 오해도 종종 생긴다. 패트릭과 맥, 곰과 스톤, 패트릭과 곰처럼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한 때다. 물론 서로서로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