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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편지
백민주 지음 / 브로콜리숲 / 2018년 12월
평점 :
보름달 편지를 받았다. 크고 둥근 보름달이 주는 편지에는 어릴 적 상상하던 옥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도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보름달만큼이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청소년 시집 『보름달 편지』에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이 리얼하게 담겨 있다.
이 시집은 2015년 『시와 소금』으로 신인상을 수상하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2015년 글벗문학상, 206년 한국안데르센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달 도둑놈』, 『첫눈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를 냈고 함께 낸 동시집으로 『구름버스 타기』가 있다.
“너희 나라에서는/이렇게 깜깜한 밤이면/무서워서 어떻게 지내니?//밤하늘에/물음표 하나 던져 놓았다.//보름 만에 답장이 왔다.//무섭지 않아./잘 지내고 있어.//동그라미 하나로/답장이 왔다.// 「보름달 편지」 전문
달마다 보름달이 보내오는 편지를 잊고 살았다. 보름달은 잊지도 않고 꼬박꼬박 보내오는데 그 편지를 펼쳐볼 시간조차 없이 지내는 때가 많다. 이런 무심함이 달에게 미안하다.
“시집을 사려고 모았던 돈//체육시간 마치고 오니 누가 훔쳐갔다.//내 돈 가져간 친구야//그돈으로/꼭/내가 사려던 시집 사서 읽기 바란다.// 「시집 도둑」
학교 다닐 때 종종 교실에서 물건이나 돈을 잃어버렸다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 전체가 눈감고 반성해야 할 때도 있고, 가방 속 물건을 다 꺼내놓고 검사 받아야 할 때도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돈을 잃어버린 아이가 그 돈이 아쉽기는 하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한다. 그 돈으로 자신이 사고 싶던 시집을 사라고, 이렇게 말해 주는 친구가 몇 안 되겠지만 아마도 영혼이 참 맑고 풍성한 아이일 것이다.
“명태 국을 먹다가 알을 발견했다.//명태야, 미안/너희 아기들이 들어 있는 줄은 몰랐어.//나도 미안./나도 미안.//장난스럽게 한 마디씩 하고서/다시 국을 뜨는데//눈물이 울컥 했다.// 「명태 알에게」 전문
알을 품은 채 국그릇에 들어있는 생선을 볼 때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순리다 싶을 때도 있지만 생선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닐 텐데. 막상 국그릇을 받아들고 먹을 때는 다들 미안한 마음이 드나 보다.
“그런데 왜 50점짜리를 넣니?//이게 제일 잘 한 거라서요.//” 「마음은 100점」 일부분
“50점은 의미 없나?/내가 아는 게 절반이나 되는데.// 「50점은」 일부분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부모들에게 성적은 매우 예민한 문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최선을 다하는데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 서로 불편하다. 성적 말고도 잘 하는 게 있을 텐데 일찍 서로가 깨달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사회가 되면 사회 분위기조차 건강하게 변하지 않을까 한다.
“할머니가 우리 엄마께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자식은 효도 받을라꼬 키우는 거 아이다./자식은 키우는 재미다./너무 머라카지 마라.//나도 이제 그 말뜻을 알게 됐다./자식은 아니지만 동생이 생겼기 때문이다.//동생에게 내 용돈으로 장난감 사주고/기저귀도 갈아주고/업어주기도 하는 것은/효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이게 바로 키우는 재미라는 건가보다.//” 「키우는 재미」 전문
어른들은 종종 까먹는다. 맨 처음 아이를 낳았을 때 ‘건강하게만 커 다오’하다가 점점 욕심이 생겨 요구사항이 늘어나 너도나도 최고로 키우기 위해 애쓴다. 어릴 때 키우면서 얻은 재미는 다 잊고 말이다. 처음 낳았을 때의 마음을 잊었다면 다시 한번 그때를 상기해 보면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가 줄어들 것이다.
『보름달 편지』에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학교 생활 생각으로 가득한 이 시집으로 내 아이를 그리고 주변의 청소년을 돌아다 볼 줄 알면 좋겠다. 작가도 그런 마음으로 이 시집을 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