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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해결사 ㅣ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25
김영 지음, 국화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0년 3월
평점 :
걱정 해결사와 함께 하는 봄날
보르헤스가 한 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다.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게 있어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인데,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답니다. 나는 새 책을 적게 읽고,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건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군요.”라는 말이다.
화사한 봄날, 꼬마 화가들의 그림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김영 시인의 시가 만난 동시집 『걱정 해결사』를 읽는 마음을 위 보르헤스의 말에 대입해볼 수 있겠다.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 가까이 가는 것 같고 더 깊이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더 풍요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동시집을 낸 김영 시인은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장생문학상, 한국안데르센동시상, 5.18문학상을 수상했고 지은 책으로 『떡볶이 미사일』, 『바다로 간 우산』, 동화책 『유별난 목공집』이 있다.
글로 쓰기만 해도/ 이루어진다는 책 제목처럼/ 걱정을 쓰고 있어/ 열쇠 달린 비밀 일기장에//단톡 방에 초대하지 않는 친구 미워하지 않기/ 용돈 넉넉히 줄 수 없는 우리 집 형편 이해하기/ 잔소리 불평쟁이 내 동생 쓰담쓰담 안아 주기/ 풀기 싫은 수학 문제 차근차근 도전하기// 쓰다 보니 무겁던 걱정이/ 토닥토닥, 힘내렴, 응원해/ 미워 않기, 이해하기, 안아 주기, 도전하기// 괜찮아졌어/ 너도 한 번 써보지 않을래?//
-28쪽 「걱정해결사」 전문
지금 대한민국은 걱정 근심이 많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걱정 근심이 많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아직 약과 예방주사가 없다보니 서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만 ‘걱정해결사’에서처럼 글로 쓰기만 해도 괜찮아진다면 코로나인한 건강, 경제, 직장문제, 육아문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하지 않고 살기 같은 일들이 빼곡하게 적히지 않을까? 우리 말 중에 ‘걱정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안 해도 될 걱정을 심할 정도로 미리 앞서 하는 사람도 많지만 예방 차원에서 가끔은 미리 대비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신사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 꽃동산 길을 걸어/ 봄 소풍 가신다//몽글몽글 흰 구름/ 머리에 이고/ 살랑살랑 고운 바람/ 가슴에 담고// 아지랑이 앞장 세우고/ 까깍 까깍 산 까지 합창 들으며// 연분홍 벚꽃 휘날리는 언덕을/ 천천히 걸며 쉬며/ 봄나들이 가신다//
-79쪽 「봄 소풍」 전문
평상시 지금쯤이면 여기저기 단체에서 봄 소풍 계획이 잡힐 시기다. 하지만 올봄은 많은 이들의 봄날을 멈추게 했다. 꽃동산으로의 나들이도, 연분홍 벚꽃 휘날리는 언덕으로도. 하지만 곧 신사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뿐만 아니라 맘껏 뛰어놀 아이들도, 학교 못 가 좀이 쑤시는 학생들도 온전한 봄 소풍을 갈 날이 오지 않을까? 꼭 그렇게 될 것이다. ‘걱정 해결사’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