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만날 거야 콩콩동시 26
김정옥 지음, 강은지 그림 / 소야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바람이 읽어주는 시

고래를 만날 거야, 김정옥, 소야주니어, 2019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뭔가 대단히 기념되는 일의 시작이 되곤 한다. 독자들에게 따스한 곁을 내어준 고래를 만날 거야도 김정옥 시인의 첫 동시집이기에 460편의 시가 독자에게 수줍은 듯 콩닥거리며 다가온다. 그 마음이 독자에게 느껴진다.

김정옥 시인은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2006년 아동문학세상에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우리나라 창작동요 노랫말을 쓰고 있으며 2014아름다운글문학상을 받았다.

 

처마 끝에/ 달아 놓은/ // 구름이/ 못 보고/ 그냥 가자// 바람이/ 얼른 일어나/ 읽어 준다.//

-p16 풍경 소리

 

풍경라고 해서 눈길이 간다. 바람이 읽어주는 댕그랑댕그랑풍경 소리가 귓가에서 맴돈다.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시다. 처마 밑에 달린 수많은 시, 바람이 읽어주는 그 시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맑게 닦이는 기분이다.

 

,/ ,// 동수랑 배드민턴 치다가/ 셔틀콕, 풀숲에 떨어졌다.// 찾으러 갔다/ 그냥 왔다.// 거꾸로 떨어진 셔틀콕/ 새둥지 같아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어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지.//

-p24 셔틀콕 둥지

 

셔틀콕을 새둥지로 본 시인의 눈이 참 예쁘다. 지금은 아니지만 어떤 새가 와서 알을 낳고 둥지를 틀지 마냥 궁금하기만 하다. 그 새는 좋겠다. 둥지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삼촌이 이사 간/ 마을에서는// 물고기가/ 노란 차외가 된대요.// 삼촌이 물고기 몇 마리/ 마을회관 할머니들// 점심 한 끼 드시라고/ 몰래 갖다 놓았는데// 할머니들 어찌 알고/ 참외 담은 봉지// 삼촌 집 문고리에/ 달랑달랑 걸어 놓고 간대요.//

 

-p62 참외가 된 물고기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 생활이 대다수인 요즘, 이웃들과 서로 안부 여쭙고 서로서로 인심을 나누는 모습은 독자를 흐뭇하게 한다. 특히 마음 나눌 곳이 점점 줄어드는 시골 할머니들의 경우 삼촌이 가져다 준 물고기보다 그렇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좋은 것이다. 시골에서는 참외가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 파와 부추가 삼겹살이 되기도 하고, 과일이 되기도 하고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시골 정서를 가득 담은 시인의 시집에서는 편안한 시에 편안한 삽화로 읽는 독자마저 편안하게 한다. 바람이 읽어주는 시를 들을 수 있고, 버드나무 잎이 송사리가 되어 바다로 가고, 노란 발자국 찍으며 미술관 가는 사람이 있고, 씀바귀 잘 먹는 나비, 친구 잃은 참새, 소라게라 켜놓은 라디오도 들을 수 있다. 독자를 위해 준비한 푸짐한 첫 동시 상차림이다. 더 많은 이들이 맛보고 즐기다 가게 김정옥 시인의 고래를 만날 거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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