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동화 진한 감동

기다려, 오백원! ㅣ 단비어린이 문학
우성희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3월

우성희 작가의 단편동화 모음인 『기다려, 오백원!』을 만났다. ‘기다려, 오백원!’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 ‘깡패 손님’, ‘달콤감, 고약감’ 이렇게 네 편이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어떤 이야기인지 전혀 감을 못 잡은 ‘기다려, 오백원!’은 주인공 오도경이 용돈 벌이로 시작한 옆집 할머니의 강아지 산책시키기로 시작된다. 개에 두려움이 큰 나의 입장에서는 오도경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훅’하고 치고 들어오는 강아지의 행동은 빈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낭만 강아지’라니. 그러나 그런 강아지에게도 시련은 있었으니. 유기견 때 겪은 공포스런 경험으로 인해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옆집 할머니로부터 오백원을 유산 상속 받듯이 떠 맞게 된 오도경, 뒷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는 섶다리 건너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솔이 이야기다. 솔이가 안타까운 할아버지는 솔이를 위해 정원을 만들었는데 눈이 내린 날 할아버지와 간 정원에서 독수리, 타조, 기린을 만나 즐겁게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판타지가 가미되어 신비스런 분위기가 난다. 정원에 다녀온 후 검정색을 벗겨내는 솔이, 어떤 색으로 그 자리를 대신 했을까?

‘깡패 손님’은 요즘 우리 주변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한부모 가정이 많다보니 가족과 가족이 만나 한 가정을 다시 꾸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두 집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줄은 알고 있지만 아마도 차근차근 친분을 쌓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별이처럼 먼저 반항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팥쥐 아줌마가 푸근한 점이 별이한테도 먹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네 번째 이야기인 ‘달콤감, 고약감’은 요즘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되는 치매 이야기다. 치매 환자를 직접 경험해 본 내 입장으로 지유 할머니는 양반이고, 지유는 너무나 예쁜 손녀다. 치매 할머니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달콤감에서 고약감으로 변한 앞집 감을 따기 위해 감나무에 가지와 함께 떨어진 지유, 앞집 할아버지는 지유에게 부러진 가지를 준다.

마지막 할머니의 말이 재미있다.

“아유, 참 맛나다. 우리 이쁜 지유도 먹어 봐. 이게 어디서 났대? 세상에! 고약감을 다 먹어 보다니…….” 할머니가 기억을 되돌린 걸 보니 달콤감 맛과 지유의 마음이 통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작가기 제일 앞에 쓴 사랑하는 나의 엄마, 연정윤 여사께 바칩니다.” 라고 쓴 문장에서 보듯 작가의 마음도 엄마께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본다. 짧은 단편이지만 재미와 감동을 듬뿍 주는 동화다. 많은 사람이 읽고 그 감동을 같이 나눴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