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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와 고양이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16
우승경 지음, 김영미 그림 / 초록달팽이 / 2024년 11월
평점 :
등나무와 고양이/ 우승경 동시집/ 초록달팽이/ 2024
여러 가지 사회 현상 중에 ‘단절’로 인해 문제가 발생 되는 많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주변 상황에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그리하여 자신만이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무조건 배척해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릴 때부터 대화를 통해서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주는 게 부모나 주변 어른들의 역할인 것 같다. 우승경 작가의 동시집 『등나무와 고양이』에는 주변에 소소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동시가 많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에 대한 관심과 소통에서부터 모두가 한 발짝씩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우승경 작가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과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2022년 한국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으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에 선정되었고 쓴 책으로 수필집 경품과 초록 미술관이 있다. 현재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사서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등나무와 고양이』는 우승경 작가의 첫 동시집이다.
띵동!/ 앗! 아래층 아줌마다// 쿵쿵 뛸 때도/ 올라오지 않던 아줌마// - 우리 조용히 놀았는데/ - 맞아, 우리 살금살금 다녔잖아// 이때 들리는 아줌마 목소리/ - 쌍둥이들 어디 아파요?/ 너무 조용해서 올라왔어요// 그 말 듣고/ - 우리 안 아파요. 건강해요/ 쿵쾅거리며 뛰쳐나갔다//
- 「아래층」 전문 (19쪽)
층간소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꽤 오래다.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면 아래층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래층처럼 평소 아래층과 소통하면서 잘 지냈다면 무리 없이 지나갈 일인데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가는 입장이라면 서로가 날 선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 역시 아주 심한 층간소음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나의 이사로 벗어날 수 있었다. 작품에서처럼 소리로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이의 이웃이라면 우리 사회가 한결 밝고 건강하겠다.
우리 동네에/ 악어가 나타났다// 엄마가 악어 보러 가자고 한다/ - 싫어, 무섭단 말이야// 엄마가 나를 보며 부드럽게 말한다/ - 이번엔 꼭 너를 구해 줄 거야// 엄마 손에 들려있는/ 악어 수학 학원 광고지// 한 번 맡으면 자녀의 수학 성적/ 확・실・하・게 올려드립니다//
- 「악어가 나타났다」 전문 (46쪽)
학원 많이 다니는 걸 좋아할 아이는 없다. 학교만 해도 버거운데 학원까지 가서 학기 싫은 공부에 매여 있어야 하니 아이의 심정도 헤아릴 만하다. 그 무서운 악어 이빨로 성적이 올라갈 때까지 붙들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보라. 수학을 정말 싫어했던 내 입장에서도 악어 수학 학원은 피하고 싶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규칙이 많아// - 떠들면 안 돼/ - 음식물 가져가면 안 돼/ - 책에 낙서하면 안 돼/ - 장난치면 안 돼//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싶어// - 수다 떨어도 돼/ - 과자 먹어도 돼/ - 책에 낙서해도 대/ - 숨바꼭질해도 돼// 이런 도서관이면/ 하루에 열 번도 더 가겠다//
- 「도서관 규칙」 전문 (62~ 63쪽)
안 되는 게 많던 도서관이 되는 게 많은 도서관으로 변한다면 나도 자주 가고 싶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제약이 많은 도서관이 불편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도서관 규칙 정도는 지켜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건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서 이해를 시켜야 겠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현수막 줄을 꼭 붙들고 있다//
- 「착한 가로수」 전문 (85쪽)
무주택자 중 한 사람이라도 더 보라고 양쪽 줄에 묶여서 많이 불편할 텐데도 묵묵히 서 있는 나무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나무의 수고로 누군가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혼자가 아니야」, 「택배 반품하는 날」, 「 금붕어 무덤」, 「말 친구」 등, 다수의 작품에 이웃을 바라보는 우승경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더해졌음을 알 수 있다. 표지 그림의 고양이처럼 등나무 아래서 향기 나는 『등나무와 고양이』를 읽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노란 감귤을 까먹으며 아랫목에 앉아 읽는 『등나무와 고양이』도 겨울을 포근하게 할 만큼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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