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루저 호방이 사채 빚 때문에 현실을 도피하듯이 취직을 위해 도착한 어느 외딴 촌구석 마을이 심상치 않다. 알고 보니 이 마을은 시간이 멈춰 낮만 지속되고, 마을 사람들 전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호방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이 송아라는 여자인데 송아는 엄마를 찾고 싶지만 마을에서 나갈 수 없어서 그냥 노래를 부르며 지낸다.

송아의 초능력은 굉장한 음치로 노래를 부르면 듣는 사람이 오바이트를 한다. 이 마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하다.

봉식이라는 마을의 빌런은 장트러블메이커로 사람들을 무제한 설사를 유발하고, 오란팔로 호흡곤란을 일으키게 하는 사람, 얼음 땡으로 사람을 멈추게 하는 사람, 송아는 또 입으로 얼음을 만들고, 마을의 어르신들 중에는 손안에 있는 것들을 야채로 만드는 등 사람들은 초능력의 재능에 따라 등급제로 나뉜다.

주인공 호방도 마을에 떨어지고 난 후에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생겨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과거의 일들을 알게 된다.

처음 호방은 송아의 말을 믿지 않고 마을 밖으로 나가지만 도루묵이라는 언덕으로 떨어지고, 나가면 또 떨어지고, 결국 마을과 초능력자들을 받아들인다.

마을은 봉식이라는 빌런 파와 마을 이장 파와 대립을 한다. 초능력이 있다고는 하나 초능력 부가세부터 살아가는 게 만만찮다. 게다가 초능력자들끼리 키스를 하면 주위의 사람들이 춤을 춘다.

그래서 사랑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시위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초능력자들을 막기 위한 미국에서 인조인간이 투입된다. 이 인조인간은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영화는 독립영화로 상상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래픽이 전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없다. 우리가 어릴 때 친구들과 놀 때 보자기를 매고 장풍 쏘고 으악 하면서 날아가는 시늉을 하는 정도의 연출이다.

그래서 아주 유치한데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다. 송아는 마을을 나가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호방은 이 마을을 나가봐야 지옥 같은 세상에서 전투하듯이 생활해야 하는데 그냥 마을에 있는 게 낫지 않느냐? 같은 대립을 보여준다.

현실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는 늘 우리 마음속에서 언제나 부딪힌다. 하지만 힘들고 지옥 같은 현실이지만 누군가 그 현실을 살아갈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 영화에는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에녹이 초능력자로 등장한다. 어떤 B급의 초능력을 사용할까. 무빙이나 하이파이브 같은 고퀄의 그래픽은 없지만 오직 상상력을 동원하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독립영화 [촌능력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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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은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취준생이다. 나를 소개할 때 취준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버리면 삶이 대단히 모호해진다. 그 모호함 속에는 하영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삐딱하다는 게 강하게 느껴진다.

행정고시를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하영은 회사에 면접을 보기로 한다. 행시준비를 하면서 생계를 위해 아파트를 돌며 녹즙을 배달하는데 한 집에서 여자가 나와서 다시는 녹즙을 배달하지 말라고 한다.

이상하다, 세상은 하영 자신만 빼고 전부 여유롭게 돌아가고 있다. 어째서 나만 이렇게 시간에 쫓겨 땀을 흘리며 신발끈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일상의 반복이 하영에게 준 것은 소화불량이다.

회사 면접하는 날, 같이 면접 보는 다른 여성은 윈피스에 얼굴도 예뻐서 자신과 비교된다. 면접관들은 하영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만 그 질문들이 마치 하영을 질책하는 듯하다.

하영이 살아온 궤적을 지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면접 보는 옆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을 나에게만 하는 것일까. 내 삶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이 모든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만든 것이다. 하영은 그렇게 자신을 나무란다.

녹즙배달을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층마다 배달을 할 수 없기에 계단을 뛰어오르며 배달을 한다. 땀이 너무 난다. 그때 녹즙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해고통보를 받는다. 부당한 해고다.

하영은 회사에 따지듯이 묻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하영은 또 소화불량 증상이 심하게 도진다. 아파트 근처에 앉아서 손을 딴다. 밴드를 벗겨내니 엄지손가락에는 더 이상 침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가득하다.

이 영화는 동국대 학생영화팀에서 졸업 작품으로 제작되었다. 재학 중인 학생들로 구성된 배우들이 비참한 현실에 내몰린 청춘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90년대에는 기업들이 졸업생들에게 찾아와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졸업생들은 골라서 취직하면 되었다. 인기 있는 회사는 무역상사 같은 회사였다.

사람들 중에서는 취업 골라서 가려고 하니 어려운 거다,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예전 코로나 때 어린 형제가 5천 원 들고 동생이 치킨이 먹고 싶은데, 형은 사 줄 수 없고, 그때 그 치킨집 사장이 형제에게 아낌없이 무료로 치킨을 내주었다.

치킨 그거 누구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선입견으로 보는 시선이 하영의 삶을 질책하듯 대하는 그 면접관의 시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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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고백의 역사를 감독한 남궁선의 독립영화로, 한 번 제대로 떠 보지도 못하고 망한 아이돌 그룹 [러브 앤 리즈]와 [파이브갓차일드]의 수민과 사랑과 태희는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다.

야심 차게 아이돌로 출발했지만 망해버리고, 회사에서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연예인이 되었다.

세 명은 학창 시절에 연습한다고 수학여행을 가지 못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세 명은 자신의 힘으로 지금까지 뭘 해 본 적이 없기에 여행이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제주도에 내린 세 명의 얼굴은 불안과 근심, 고민이 가득하기만 하다. 여행이 재미있어야 하지만 세 명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다가 한 식당의 야외에서 밥을 먹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사랑이를 힐끗힐끗 보며 비웃음을 짓는다. 결국 폭발해 버린 사랑이가 달려들어 남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로 인해 백만 원도 되지 않는 여행경비를 전부 합의금으로 준다.

돈이 있어야 숙소를 잡고 내일 제주도를 구경할 수 있기에 세 명은 귤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첫 대면에 마뜩잖아하는 농장주인은 귤 따는 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의외로 일을 잘한다.

쉬지도 않고 말도 없이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마음에 든 농장주인은 다음 날에도 오라고 한다. 다음 날에도 일을 열심히 하는데 너무 열심히 한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일을 한다. 농장주는 일당을 좀 더 쳐 준 다음에,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시켜봤지만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나오지 마라, 그리고 너네들은 좀 놀아라.라고 말한다.

이들 세 명은 지금까지 케이팝을 빛냈던 수많은 아이돌이 시간이 지나 잊혀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는 아이돌을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울분과 분노, 집착에 대한 감정이 과잉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오버하지 않는 점이 좋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힘든 현실에서 미친놈처럼 오버해서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감정의 껄끄러움을 주인공 세 배우는 잘 표현했다.

이들의 팬으로 나오는 보관소 직원인 소윤은 현실감에서 거리가 멀어서 공감이 좀 덜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악플러나 반대편 사람은 대하기가 오히려 편하다. 왜냐하면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팬인데, 어설픈 팬은 힘들다. 팬 입장에서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나의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악플러보다 더 한 악플러가 된다. 팬이라고 해서 한 종류의 팬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소윤은 팬이라는 이유로 수민과 사랑에게 난처한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나 후반에는 같이 어울린다. 이들에게서 아이돌이라는 캐릭터를 소거하고 보면 그저 26살, 친구의 죽음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방황하는 청춘들의 고민을 잘 볼 수 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앞만 보고 너무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청춘들에게 그냥 눈을 감고 숨만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말하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내뱉어야 하는 영화 [힘을 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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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시인의 '눈물의 중력'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런 눈물이 있다.

너무 무거워 일어서서는,

똑바로 앉아서는 흘리지 못하는 눈물이 있다.

우리 몸은 너무 작기에

감당할 수 없는 눈물,

엎드려야만 올 수 있는 눈물이 있다.

멸치가 죽어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소리가

[멸치 한 마리 주세요]라는 말이다.

그렇게 큰 바다에서 치열하게 헤엄을 쳤지만

멸치 한 마리만 찾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을까.

멸치처럼 작은 몸에서도 눈물은 나온다.

너무 무거워 엎드려서 울 수밖에 없는 눈물.

그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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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직 멀어는, 완전한 관계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더불어 완벽하지 않은 인간과 인간의 화해 역시 완벽할 수 없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완전하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며 살아가기에, 영화 속 허구를 통해, 즉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 순수하게 그 속에 녹아들 수 있어서 영화를 본다.

사츠키는 유조가 미츠키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언니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하다 결락과 언니에 대한 애도, 언니를 향한 분노가 일어난다. 유조는 미츠키가 비를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산을 씌워준다. 유조는 미츠키가 비를 맞지 않지만 비를 맞는다고 믿는다.

미츠키는 저 구름 너머에 천국이 있다는 걸 알지만 너무 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까울지 모르는 저 너머의 천국을 애써 멀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직 이쪽 세계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츠키가 언니의 죽음으로 언니를 더 알고 싶어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온통 허구라 결국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허구라는 걸 알지만 믿고 싶다. 그런 마음이 개개인마다 존재한다. 그 허구를 믿음으로 해서 완벽에 가까운 감동을 느낀다. 그걸 영화가 해내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정말 영화를 잘 만들어 낸다.

우리는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죽은 자가 된다. 현실을 살지만 그 속에서 보석 같은 허구를 찾아내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임계점에 서 있는 듯한 영화 ‘천국은 아직 멀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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