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배우나 잘 생긴 배우가 나오지 않는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실수로 뭉친 인간이 실수를 가리기 위해서 점점 더 구렁텅이로 들어가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아주 무서운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귀신이 나오거나, 괴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이 판단을 잘 못하고 흐려졌을 때, 그때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헤수스와 마리아 부부는 나이가 많지만 아기를 갖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늘 실패했는데 마지막 아기를 갖게 되고 노산이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

마리아는 너무나 기쁘다. 헤수스는 이 기쁨을 키페 테이블을 구입해서 집에 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마리아의 눈에는 전혀 예쁘지도 않고 튼튼하지도 않을 테이블을 왜 구하려는지 모른다.

헤수스는 우기고 우겨 그 테이블을 구입한다. 주인도 애물단지 같았던 테이블을 팔아 치워서 아주 기분이 좋다. 헤수스가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마리아가 혼자서 출산 과정의 모든 것을 의논 없이 결정하고 아기를 낳은 것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무시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리아는 장을 봐 올 테니 아기를 돌보고 있으라고 한다. 헤수스는 아기와 둘만 남게 된다. 울어서 아기를 안아 본다.

달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커피 테이블에 걸려 넘어지는데, 점원이 절대 깨질 리 없다는 유리 테이블이 와장창 깨지면서 헤수스의 손이 찢어진다.

그러나 비극은 그게 아니었다. 찢어진 건 헤수스의 손만이 아니었다. 아기의 머리가 유리에 잘려 나가 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헤수스는 절망에 가까운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마리아가 들어오기 전에 피를 닦고 아기의 몸은 아기 방 침대에 눕히고, 옆 집으로 가서 청소용품을 빌린다. 아직 모르는 마리아가 들어오고 절대 깨질 리 없다던 테이블이 깨졌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유리의 안전도 확인하지 않는 자신의 잘못도 점점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간다. 그러면서 헤수스의 동생 커플이 집으로 오면서 일은 상상 그 이상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는 인간의 더럽고 비참한 본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기 덕분에 겨우 실낱같이 붙어있던 사랑이 깨지면서 서로에 대한 비하와 조롱, 그리고 싸움은 점점 더 거세게 치닫는다.

헤수스의 내면이 드러나면서 금이 가 버린 가족이 파괴되면서 결국 파국을 맞이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옆집에 사는 여자 꼬마의 망상과 강아지의 연기까지 이 영화는 뭐야? 하면서 보다가 끝까지 몰입해서 보게 된다.

그러나 성선설을 부인한 듯한 인간 내면에 대해서 보는 내내 고통스럽고 기괴하다. 스페인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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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는데 꽃잎이 이렇게 떨어져 있기에 사진을 찍어 머리카락을 그려봤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일어난다고,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곰이 한 말이다. 어제오늘은 25도에 바람이 많이 불어 덥지가 않았다. 낮에도 에어컨 틀지 않고 보냈다. 그래도 조깅을 하니 땀이 비처럼 흘렀다. 겨울에는 조깅하는 사람이 드문데 더운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한다. 모두가 심장에 적당한 무리를 줘야 한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핫도그야ㅋㅋ.

핫도그를 먹으며 난 알아요를 들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

난 알아요 잉그리 버전이 여름에 잘 어울리는 너낌 https://youtu.be/JKK0UEu4Q5g?si=-EpL6z3LJto4bjyR



덥죠? 에이스 크래커와 함께 시원한 일요일 보내세요.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이불 뒤집어쓰고 보세요.

https://youtu.be/suOkkWWQQHA?si=Pjan4TsFkYMIov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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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러 나왔다가 천지대비가 내리고 있다 하하하핳ㅎ하하하핳ㅎ 대역죄인의 몰골이닷



왜 왜 왜!! 내가 조깅할 때만 천지대비가 내리냐고 천둥에 번개에, 어쩔 시구 오늘도 대역죄인의 몰골로 들어가는구나 어디 욕 할 곳 없나? 야이 %^$$~$|놈아



오늘 조깅하는데 천지 대비가 내렸다. 딱 한 시간 반 정도 엄청나게 퍼부었는데 그때 딱 조깅을 했다. 한 시간 반 비 맞고 천둥, 번개를 피해 가면서 조깅하고 물에 불린 신문지 같은 모습으로 들어오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씨….


들어와서 좋아하는 당근을 잔뜩 먹었다. 나는 당근을 좋아한다. 나는 김밥에 당근만 들어가도 잘 먹고, 오뚜기 카레에 당근만 가득 넣어서도 냠냠 맛있게 잘 먹는다.


그래서 무슨 음식 좋아해?라는 질문을 받으면 조금 난처하다. 당근을 좋아해,라고 말하기에는 기묘하기 때문이다.


한때 여기 바닷가 근처에 ‘바르다 김 선생'의 당근이 가득 들어간 김밥이 있어서 일 년을 지치지 않고 먹었더니 사장님과 친해져서 술도 한잔 하게 되었다. 나의 당근 사랑 이야기에 엄청 웃으셨다.


그런데 갑자기 김밥 집이 없어져서 안타까웠다. 폭우 속 조깅의 설움과 빡침을 당근으로 풀어보는 밤.



비가 오지 않아서 조깅하는데 너무 기분 좋은데, 조깅화가 폭우에 다 젖어 뛸 수 없는 운동화를 신고 나왔더니 너무 기분 나쁘네. 나는 네가 너무 좋아서 싫어, 조금 덜 좋아했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와 비슷한 이 기분. 땅바닥의 속사정이 운동화를 통해 뇌에 직통으로 전달되는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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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펜터 영화치고 무척 순하고 순한 사랑이야기다. 스플래시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속 데릴 한나는 그 어렵다는 섹시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한창때의 데릴 한나라 너무 예쁘다.

투자전문가 닉은 앨리스와 사이가 점점 좋아지는 가운데 하이테크 산업 연구소 건물에 들어갔다가 실험이 잘 못 되는 바람에 투명인간이 된다.

닉을 잡으려는 조직을 피해 가면서 앨리스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빌런으로 샘닐이 나온다. 샘닐은 존 카펜터 영화에 자주 등장했다.

투명인간이 된 닉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영화가 아니다. 투명인간이란 어린 시절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내가 투명인간이라면 그 녀석을 혼내줄 텐데,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올 거야, 같은 상상. 그러나 막상 투명인간이 되니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일 때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눈을 감을 수도 없다. 눈을 감아도 빛이 들어와서 잠이 들 수 없다.

거기에 잘못된 실험으로 동시에 투명하게 된 옷 빼고는 다른 옷을 입으면 사람들에게 들킨다. 샘 닐의 조직은 첨단 무기를 이용해서 닉을 잡으려고 안달한다.

그러다가 앨리스를 인질로 잡지만 앨리스가 만만하지 않다. 닉을 사랑하기에 최선을 다해 빌런들과 대결하면서 무찌른다.

근 20년간 주인공의 여자친구나 애인은 늘 붙잡혀서 주인공을 곤란하게 하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의 데릴 한나는 남자들과 동등하게 달리고 던지고 소리 지르고 닉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데릴 한나는 캐네디 주니어와 사귀면서 세기의 관심을 지나치게 받는다. 그러다가 파파라치들을 피해 달리면서 케네디 주니어가 데릴 한나의 손을 잡고 달리는 사진 한 장이 파장을 일으켰다.

닉은 의도치 않게 투명인간이 되어서 비애를 알아간다. 머리가 비상한 샘닐을 상대로 닉은 어떻게 이길까.

자극적이어야 할 것만 같은 투명인간 이야기가 이토록 충만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게 놀랍고, 호러의 대가 존 카펜터가 만들었다는 게 더 놀랍다.

투명인간의 1인칭과 3인칭 시점으로 나오기 때문에 3인칭 일 때에는 닉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는데 그림자가 다 비친다는 게 그게 좀 그렇다. 92년 치고 투명인간의 그래픽도 멋지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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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디자인 학원에서 알게 되었다. 둘 다 말이 별로 없어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학원에서 주말에 야유회를 가게 되면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형은 나보다 두 살 많았다. 형은 재즈를 늘 들으며 그림을 그렸다. 형과 이야기를 하면 정말 재즈를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재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조용하던 형은 많은 말을 했다. 보통 그런 형의 말을 사람들은 잘 들어주지 않았고, 형도 재즈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형이 이야기해 주는 재즈는 그렇게 밝은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주로 흑인들이 많은 재즈 연주가들은 인종차별을 심하게 받았다.

차별.

차별에 대해서 형은 많이 이야기했다. 마일즈는 자신이 백인 우위 사회에서 얼마나 학대당하고 고통받아 왔는지를 소리 높여 절실하게 말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차별받아 왔는지를. 그리고 마일즈나 밍거스, 맥스 로치 같은 당대의 뛰어난 재즈 음악가들은 모두 인종 차별과 열심히 싸워 왔다.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그들은 처해 있었다. 사회구조 자체가 그들을 포함시켜 주지 않는 세계에서, 그들은 자기를 주장하고 그 음악을 심화시켜 나가야만 했던 것이다.

분노와 슬픔과 기쁨 하나하나가 마일즈의 손바닥에서 넘쳐흐르듯이 절실히 전해지는 게 재즈다. 형은 재즈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이고 그 이면의 세계를 들었다.

재즈의 아픔, 고통, 통증을 느꼈다. 형도 항상 어두웠다. 그렇지만 나에게 재즈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번은 형이 집으로 초대를 했다. 컬렉션을 보여주고 제대로 된 마일즈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형의 집은 바닷가에 있었다. 횟집을 했다. 컬렉션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었다. 횟집 가게 안 벽면에 가득 있었다. 벽면 옆에는 손님들이 즐길 노래방 기기가 붙어 있었다.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는 그런 횟집이었다.

재즈 컬렉션과 횟집은 어디를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날 나는 형과 횟집 바닥에 누워 재즈를, 마일즈를 들었다. 형은 며칠 학원을 나오지 않더니 부고 소식이 들렸다. 무차별만큼 무서운 게 차별이었다.


Miles Davis Quintet - It Never Entered My Mind https://youtu.be/-Np8PJDGq_A?si=J1u4NMpbNHze7T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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