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펜터 영화치고 무척 순하고 순한 사랑이야기다. 스플래시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속 데릴 한나는 그 어렵다는 섹시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한창때의 데릴 한나라 너무 예쁘다.

투자전문가 닉은 앨리스와 사이가 점점 좋아지는 가운데 하이테크 산업 연구소 건물에 들어갔다가 실험이 잘 못 되는 바람에 투명인간이 된다.

닉을 잡으려는 조직을 피해 가면서 앨리스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빌런으로 샘닐이 나온다. 샘닐은 존 카펜터 영화에 자주 등장했다.

투명인간이 된 닉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영화가 아니다. 투명인간이란 어린 시절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내가 투명인간이라면 그 녀석을 혼내줄 텐데,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올 거야, 같은 상상. 그러나 막상 투명인간이 되니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일 때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눈을 감을 수도 없다. 눈을 감아도 빛이 들어와서 잠이 들 수 없다.

거기에 잘못된 실험으로 동시에 투명하게 된 옷 빼고는 다른 옷을 입으면 사람들에게 들킨다. 샘 닐의 조직은 첨단 무기를 이용해서 닉을 잡으려고 안달한다.

그러다가 앨리스를 인질로 잡지만 앨리스가 만만하지 않다. 닉을 사랑하기에 최선을 다해 빌런들과 대결하면서 무찌른다.

근 20년간 주인공의 여자친구나 애인은 늘 붙잡혀서 주인공을 곤란하게 하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나왔는데 이 영화에서의 데릴 한나는 남자들과 동등하게 달리고 던지고 소리 지르고 닉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데릴 한나는 캐네디 주니어와 사귀면서 세기의 관심을 지나치게 받는다. 그러다가 파파라치들을 피해 달리면서 케네디 주니어가 데릴 한나의 손을 잡고 달리는 사진 한 장이 파장을 일으켰다.

닉은 의도치 않게 투명인간이 되어서 비애를 알아간다. 머리가 비상한 샘닐을 상대로 닉은 어떻게 이길까.

자극적이어야 할 것만 같은 투명인간 이야기가 이토록 충만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게 놀랍고, 호러의 대가 존 카펜터가 만들었다는 게 더 놀랍다.

투명인간의 1인칭과 3인칭 시점으로 나오기 때문에 3인칭 일 때에는 닉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는데 그림자가 다 비친다는 게 그게 좀 그렇다. 92년 치고 투명인간의 그래픽도 멋지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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