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고백의 역사를 감독한 남궁선의 독립영화로, 한 번 제대로 떠 보지도 못하고 망한 아이돌 그룹 [러브 앤 리즈]와 [파이브갓차일드]의 수민과 사랑과 태희는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다.
야심 차게 아이돌로 출발했지만 망해버리고, 회사에서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연예인이 되었다.
세 명은 학창 시절에 연습한다고 수학여행을 가지 못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세 명은 자신의 힘으로 지금까지 뭘 해 본 적이 없기에 여행이지만 막막하기만 하다.
제주도에 내린 세 명의 얼굴은 불안과 근심, 고민이 가득하기만 하다. 여행이 재미있어야 하지만 세 명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다가 한 식당의 야외에서 밥을 먹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사랑이를 힐끗힐끗 보며 비웃음을 짓는다. 결국 폭발해 버린 사랑이가 달려들어 남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로 인해 백만 원도 되지 않는 여행경비를 전부 합의금으로 준다.
돈이 있어야 숙소를 잡고 내일 제주도를 구경할 수 있기에 세 명은 귤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첫 대면에 마뜩잖아하는 농장주인은 귤 따는 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의외로 일을 잘한다.
쉬지도 않고 말도 없이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마음에 든 농장주인은 다음 날에도 오라고 한다. 다음 날에도 일을 열심히 하는데 너무 열심히 한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일을 한다. 농장주는 일당을 좀 더 쳐 준 다음에,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시켜봤지만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나오지 마라, 그리고 너네들은 좀 놀아라.라고 말한다.
이들 세 명은 지금까지 케이팝을 빛냈던 수많은 아이돌이 시간이 지나 잊혀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는 아이돌을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울분과 분노, 집착에 대한 감정이 과잉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오버하지 않는 점이 좋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 일반인이라고 해서 힘든 현실에서 미친놈처럼 오버해서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감정의 껄끄러움을 주인공 세 배우는 잘 표현했다.
이들의 팬으로 나오는 보관소 직원인 소윤은 현실감에서 거리가 멀어서 공감이 좀 덜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악플러나 반대편 사람은 대하기가 오히려 편하다. 왜냐하면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팬인데, 어설픈 팬은 힘들다. 팬 입장에서 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나의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악플러보다 더 한 악플러가 된다. 팬이라고 해서 한 종류의 팬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소윤은 팬이라는 이유로 수민과 사랑에게 난처한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나 후반에는 같이 어울린다. 이들에게서 아이돌이라는 캐릭터를 소거하고 보면 그저 26살, 친구의 죽음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방황하는 청춘들의 고민을 잘 볼 수 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앞만 보고 너무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청춘들에게 그냥 눈을 감고 숨만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말하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내뱉어야 하는 영화 [힘을 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