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명절이면 티브이에서 어김없이 성룡이 발차기를 했었는데, 이제 정말 옛말이 되었다. 보고 또 보고 너무 봐서 별로인데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캐빈이, 명절에는 성룡이 티브이를 장식했으면 좋겠지만, 새롭고 재미없는 영화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래서 보게 된 천장지구. 천장지구는 고등학생 때 비디오로 빌려서 한 번 본 기억이 있다. 사춘기 때니까 한창 겉멋 들어 있을 때. 유덕화의 청청패션이 너무 멋있었고, 비련 한 오천련의 나비처럼 가벼운 나풀나풀 움직임에 스며들었다.
유덕화의 청청패션이 돌고 돌아 지금 유행이라니, 역시 유행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천련은 트럭에 매달려 트럭 레이싱도 직접 한다. 트럭에 매달려 사람을 거의 반 죽여 놓듯 해 놓고 유덕화는 재미있지?라고 하는데, 어릴 때는 마초 같은 유덕화의 그 모습이 아주 멋져 보였다.
자신의 생일이라고 자신을 납치했던 유덕화를 찾아왔지만 트럭 레이싱에 매달리기나 하고, 하지만 유덕화가 한 번 안아주니까 모든 게 눈 녹듯 사라지는 오천련의 넋 나간 표정에 우리는 빠져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식용유케이크가 아닌 당시에 비쌌던 생크림 케이크에 초를 밝혀 두 사람만의 파티를 연다.
후 불고 난 후 그 비싼 케이크를 유덕화 얼굴에 처바르며, 생일을 모르는 유덕화에게 우리 생일은 오늘이라며 호호호 오천련의 해맑은 모습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행복을 기원했다.
철부지 부잣집 공주님과 가족도 없고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길거리 깡패의 사랑이야기다. 이런 클리셰는 오래전 신성일 엄앵란의 [맨발의 청춘]이지만, 전 해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 [진흙투성이의 순정]를 그대로 만든 영화라 욕을 많이 들었다. 이런 클리셰를 답습하는 영화가 [천장지구]이지만 유덕화, 오천련 그리고 오맹달이 진지와 코믹을 오고 가며 연기를 하기에 재미있다.
두 사람이 꽁냥꽁냥 한 후부터 오천련은 집에서 전화기만 보고 있다. 그럴수록 고민이 깊어만 가는 유덕화. 나는 너에게 해줄 게 아무것도 없는 놈이거든. 그러게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을 하기 전과는 너무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랑은 행복과 동시에 두려움을 동반한다. 선이자 악이며, 빛이며 어둠이다. 사랑을 함으로 조직에서 이탈하고, 사랑에 빠짐으로 집에 반항을 한다. 사랑은 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까. 그럼에도 불이 붙은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며, 불꽃놀이도 하고 붙어 다니며 행복에 겨운 얼굴을 한다.
영화야 제발 여기서 끝내줘! 부탁이야! 이 둘을 불행에 빠트리지 마! 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유덕화의 껌딱지가 된 오천련은 어떻게 될까. 오직 자기만 바라보는 오천련을 위해 유덕화는 어떻게 할까.
하이얀 드레스에 묻은 붉은 피는 저 하늘에 그려 놓은 예술 작품 같아서 마지막 장면은 슬프고 또 슬프기만 하다. 인간의 장점이자 단점이 슬픔이다. 만약 하늘에 정이 있다면, 하늘도 늙으리. 정이 들어 버리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