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게 [디스클레이머]처럼 개쩌는 시리즈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이 작품을 추천했다. 그래서 보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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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부부로 나온다. 아내는 정신과 의사, 남편은 암 전문의.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아들까지 둔, 남들이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가족이다. 그런데 남편이 학회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긴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알게 된, 무척 아름다운 학생의 엄마가 엘레나가 머리가 깨진 채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까지 듣는다. 형사들은 남편을 의심하며 아내를 찾아오고, 그동안 아내가 전혀 몰랐던 남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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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이미 석 달 전에 병원에서 해고된 상태였다. 환자의 엄마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에 살해된 학생의 엄마 엘레나 역시 남편과 관계가 있었다. 형사들과 언론은 점점 아내를 압박하고, 한동안 사라졌던 남편은 뒤늦게 나타나 불륜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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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로 시작하지만 중반부터는 법정 드라마에 가까워진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의 법정 역시 옳고 그름이나 정의를 가리는 곳이라기보다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곳이다. 변호사가 증인의 입에서 어떤 말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상황이 뒤집히기도 한다. 배심원 제도가 있으니 사소한 말꼬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 분명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법정에서는 무죄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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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휴 그랜트의 연기가 대단하다. 아니, 너무 잘해서 오히려 거슬릴 정도다. 극 중 그의 엄마가 며느리에게 아들과 절연한 이유를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잘나가는 의사인 아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네 살짜리 여동생을 차가 다니는 도로로 나가게 해 죽게 만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는 뒤늦게 아들이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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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가 연기하는 방식이 참 절묘하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인데 어느 순간 그 평범함에 금이 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법정에서 증언을 듣다가, 잠깐씩 드러나는 표정에서 섬뜩한 기운이 새어 나온다. 2025년 영화 [헤레틱]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것도 떠오른다. 어쩌면 이 시리즈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고 감독이 휴 그랜트를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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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간간이 비치는 그의 얼굴이 무섭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아들을 빌미로 자신의 악마성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때는 정말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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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작이라 짧은 편인데, 보고 나니 굳이 시리즈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두 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 특히 중간중간 니콜 키드먼의 이야기가 늘어진다. 남편은 환자의 엄마와 불륜을 저질러 병원에서 해고됐고, 또 다른 불륜 상대를 망치로 때려 죽였다는 의심까지 받는다. 어린 시절 여동생의 죽음에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도 아들 때문에 남편의 무죄를 위해 손을 잡고 변호사와 작전을 짜는 과정이 생각보다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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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붕가붕가 장면도 꽤 나온다. 첫 회에 살해되는 엘레나는 상당히 섹시한 인물로 나오는데, 옷을 벗는 장면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그냥 다 보여주는 수준이라 누군가와 함께 볼 생각이라면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다. 망치에 머리를 맞아 처참하게 죽는 장면도 있으니 이것 역시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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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로 나온 배우는 이탈리아 출생으로 당시 25세였다. 뮤지션으로 16세에 롬뱌 데 보다스의 보컬로 시작해서 굵직한 시리즈에 엘레나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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