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홍콩 액션영화의 향수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당시의 홍콩 액션에 요즘 격투기 스타일을 섞어놓았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액션이 쏟아지고 마지막까지 좀처럼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두 시간 중 대략 20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액션에 쏟아부었다.
홍콩영화라고 소개되지만 배경은 싱가포르인지 캄보디아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된 딸을 구하는 이야기다.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 줄거리라고 할 것도 없다. 딸이 납치되고, 아버지가 찾아 나서고, 악당들과 싸우다가 결국 딸을 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과정이 반복되는 단순한 액션영화다.
딸이 꽤 당차게 나온다.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워 연습까지 해서, 나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악당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른다. 조금 어이없지만 90년대식 홍콩 액션영화라고 생각하면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주인공은 사묘와 조 타슬림이다. 조 타슬림은 이 영화에서 빌런이 아니라 주연으로 나온다. 늘 악당 역할을 맡아 엄청난 괴력과 격투 실력을 보여주던 배우라 그런지, 이번에는 오히려 약하게 느껴진다. 악당들과 싸우면서 꽤 많이 얻어맞기도 한다. 주인공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동안 봐왔던 모습과 비교하면 조금 낯설다.
액션은 90년대 이연걸의 현대물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에 요즘 격투기를 섞어놓은 느낌이다. 한국 액션영화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보면 타격이나 움직임이 다소 대련처럼 보이기도 한다. 액션 장면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데 이상하게 타격감이 부족하다. 얼굴을 그렇게 얻어맞고도 멀쩡하고, 엄청난 무게의 돌이 몸 위로 떨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난다. 효과음은 요란한데 오히려 그 소리 때문에 현실감이 더 떨어진다.
사묘는 오래전 영화 소림오조에서 이연걸의 아들로 나와 아버지와 함께 악당들과 싸웠다. 이번 영화에서도 후반부에 딸과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와 아이가 한편이 되어 싸우는 모습. 오마주인지 모르겠지만 그 장면에서는 조금 뭉클해졌다.
인신매매를 취재하던 기자의 남편 조 타슬림이 사묘를 돕는다. 실종된 아내를 찾고 있었는데, 아내 역시 인신매매 조직을 취재하다 사라진 상황이다. 영화에는 부패한 경찰도 등장한다. 납치된 아이들이 탈출하는데도 경찰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경찰을 향해 무능하다며 욕을 퍼붓는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요즘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범죄 조직에 한국인들까지 연루되고, 납치와 감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얼마 전에는 현지에 있던 한국인들을 소환하는 일까지 있었다.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 범죄 조직이 얽힌 나라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영화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예전에 역마살 로드가 캄보디아를 찾아갔을 때의 장면도 생각난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하루 벌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들도 굶고 어른들도 굶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왜 웃고 있느냐고 묻자, 지금 웃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고 대답했다. 그 말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는 엄청난 갑부가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인신매매를 하는데, 문득 저렇게 아이들을 사고파는 일이 실제로 어떻게 돈벌이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사고팔아 거대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영화는 그 부분을 깊이 파고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저 악당을 때려눕히고 아이들을 구하는 데 집중한다.
아시아판 테이큰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90년대 홍콩 액션영화를 좋아하고 사묘와 조 타슬림의 액션을 보고 싶다면 볼 만하다. 다만 잔인한 장면이 꽤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다. 액션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한국 액션영화의 타격감에 익숙하다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두 시간 내내 싸우는데도 어딘가 허전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