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일본 배우와 한국 배우가 함께 드라마에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서로 오가며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일이 흔해졌고, 한일 합작이라는 말도 예전만큼 특별하게 들리지 않는다.
한때 그런 조합만으로 화제가 됐던 드라마가 있었다. 원빈과 후카다 쿄코가 출연한 작품이다. 나는 아직도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방영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한일 합작이라는 말이 꽤 그럴듯하게 들리던 시절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이야기였는지 궁금하다.
이 드라마는 지창욱과 이마다 미오가 나오는 판타지 로맨스다. 두 배우의 팬이라면 두 사람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입꼬리가 한껏 올라갈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다. 주인공 둘을 빼고 나면 나머지 인물들은 죄다 오징어가 되는 식이다. 이런 드라마는 대놓고 그렇게 밀어붙인다.
비슷한 느낌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이 사랑도 통역되나요]다. 다만 두 드라마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사통은 코미디도 재미있지만,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꼬이는 방식이나 이중인격적인 모습,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제법 깊게 들어간다.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후쿠시 소타가 등장해 고윤정과 러브라인이 펼쳐질 듯한 대목도 있는데, 이런 구성을 참 잘 살렸다. 후쿠시 소타는 여러 이유로 일본 우익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배우다.
이번 드라마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마다 미오는 딸기 농사를 성공시키려는 야심 찬 젊은 농부다. 지창욱은 그 땅이 자기 것이라고 여기며 일본까지 건너가 땅을 차지하려 한다. 그러다 둘이 부딪치고,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이런 설정에 현실성을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영상은 오히려 옛날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2000년대 초반 로맨스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분위기랄까. 두 사람이 함께 있기만 하면 화면에 몽글몽글하고 샤랄라한 빛이 번진다. 인물 주변으로 반짝이는 공기까지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이런 연출을 만나니 조금 낯설면서도 재미있다.
그나마 현실적인 건 지창욱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잘생겼다고 하는 장면이다. 그건 현실 고증이 제대로 됐다. 한국판 [닥터 엑스]의 김지원을 보면서 예쁘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니까.
강남도 나온다. 총 10부작이다. 복잡한 이야기나 묵직한 주제보다 지창욱과 이마다 미오가 알콩달콩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롸잇 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