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영화로 나오다니, 하고 생각했는데 은혼도 있고 시티헌터도 있고 진격의 거인까지 실사화된 마당에 이제 와서 이상할 것도 없다. 일본은 정말 만화라면 일단 실사영화로 만들어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 액션 그래픽이 마녀 같은 느낌이라면 일본은 시티헌터 같은 느낌이 강하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액션과 과장된 움직임을 그대로 가져오는 쪽이다. 사카모토 데이즈도 그렇다. 말도 안 되는 만화를 영화로 옮기다 보니 말도 안 되는 그래픽이 화면을 계속 뒤덮는다.
사카모토 데이즈는 애니메이션으로 꽤 재미있게 봤다. 전설적인 킬러 사카모토가 어느 날 편의점에 들렀다가 한눈에 반한 여자에게 고백하고 결혼한다. 그리고 킬러 생활을 그만둔다. 이후 행복하게 딸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왕년의 날렵한 킬러는 어디 가고 엄청나게 푸짐해진 아저씨가 되어 있다.
그런데 킬러들이 사카모토를 죽이러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실력은 그대로다. 초능력자가 나오고 총알을 이리저리 피하고 방탄 안경에 무술에 총질까지 나온다.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다.
사카모토 역은 메구로 렌이 맡았고 일본에서 잘나가는 젊은 배우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은혼이나 진격의 거인도 그랬다. 일본에서 이름 있는 배우들을 잔뜩 데려다가 만화 속 인물을 연기하게 한다.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있는데, 그것과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사카모토가 지키려는 건 가족이다. 아내와 한 약속도 있다. 이제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아무리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들이 달려들어도 예전처럼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으니 액션이 벌어지는 방식도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깝다. 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사카모토를 죽이러 온 킬러와 사카모토, 그리고 능력자 신을 나란히 앉혀 놓고 아내가 훈계하는 식의 장면이 많다.
이러나 저러나 만화에서는 재미있었을 법한 장면인데 사람이 실제로 연기하고 CG를 입히니 묘하게 어색하다.그래서 어떠냐고 묻는다면 재미가 없다. 영화로서는 실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만화를 실사화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원작을 얼마나 똑같이 옮기느냐가 아니라 영화로 옮겼을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웹툰 실사화 작품들을 보면 원작의 설정이나 캐릭터를 가져오면서도 실사영화에 맞게 이야기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원작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과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다.
사카모토 데이즈는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만화적인 과장이 재미가 된다. 그런데 그 과장을 실제 배우와 실제 공간에 그대로 갖다 놓으면 재미가 아니라 어색함이 될 때가 있다. 이 영화가 딱 그렇다.
그럼에도 일본은 계속 실사화를 할 것이다. 사카모토 데이즈도 이 한 편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원작이 있으니 다음 이야기도 만들 수 있고, 등장인물도 많다. 다만 다음에는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영화가 되는 방법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지만.